환율 떨어지는데 국내 기름값은 왜 오르지?

입력 2010-04-14 09:40:48

휘발유 평균가격 1722원…17개월만에 최고치

국제 유가 인상과 세계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가격이 ℓ당 1천70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대구 도심의 한 주유소는 ℓ당 1천829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국제 유가 인상과 세계 경기 회복 등의 영향으로 국내 휘발유가격이 ℓ당 1천700원대를 넘어선 가운데 대구 도심의 한 주유소는 ℓ당 1천829원에 판매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기름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제 유가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도 지난달 20일 이후 ℓ당 1천700원대를 넘어선 이후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원유 수입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환율은 연중 저점을 찍으며 내려 앉는 상황이다. 대체로 환율이 떨어지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에 국내 기름값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최근에는 환율 하락에도 기름값은 계속해서 치솟고 있다. 이 같은 이유는 경기 회복으로 원유 수요가 늘어난데다 유가상승폭에 비해 환율 하락폭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비싸지는 기름값

유가 정보시스템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13일 현재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천722.01원으로 2008년 9월 17일 1천723.14원을 기록한 후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구는 ℓ당 1천713.91원, 경북은 1천713.23원이었다. 휘발유 평균가격은 올해 1천641.2원으로 시작한 이래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왔다.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 행진은 국제제품 가격 및 원유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국내에 주로 도입되는 두바이유의 경우 2월 8일 배럴 당 69.46달러를 기록하며 단기 저점을 기록한 후 이달 9일 83.7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12일에는 83.57달러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 국제시장의 국제 휘발유(옥탄가 92 기준) 가격도 5일 92.93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92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 상승은 세계 경기 회복의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산업용 제품과 수송용 기름의 수요 증가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 증시가 12일 1만1천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의 경기 지표가 개선되면서 투기자금 등이 유입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국제제품 가격이 2, 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정유사 공급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기름값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싼 세금과 정유사 횡포

비싼 기름값에는 정부의 세금 정책이 한 몫을 하고 있다. 초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던 2008년 도입했던 유류세 10% 감면 조치가 지난해 폐지됐고, 1%로 낮췄던 유류 수입 관세율을 3%로 환원되면서 기름값 상승요인이 발생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유류세 정책 변화로 ℓ당 90~100원 정도 인상 효과가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기름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에 육박한다.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에는 ℓ당 교통세 529원, 교육세가 79.35원, 주행세 137.54원, 부가가치세 74.59원 등 모두 820.48원이 세금으로 붙어 있다. 휘발유 1천원어치를 주유하면 478원을 세금으로 내는 셈이다.

정유업계의 가격 정책도 휘발유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 유가가 떨어질 때에는 세전(稅前) 가격을 찔끔 내리고, 유가가 오를 때는 상승폭에 거의 비례해 주유소 공급 가격을 올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국제유가가 떨어졌던 지난해 1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44.86달러로 2008년 6월 말(136.65달러)에 비해 67%나 떨어졌지만 세전 공급 가격은 53%밖에 내리지 않았다.

◆국제유가 상승폭에 환율 하락은 미미

달러값 하락이 유가 상승폭에 못 미치는 점도 기름값이 오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올 1월 4일 배럴당 78.27달러보다 6.77% 상승한 배럴 당 83.57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유가를 상쇄할 환율 하락폭은 이에 못 미친다. 달러값은 1월 4일 1천154원에서 12일 현재 1천122원으로 2.8% 내리는데 그쳤다. 연중 저점 수준인데도 유가 상승폭에는 턱없이 못미치는 것. 대구은행 국제금융부 이성우 부부장은 "달러값이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체감 정도는 크지만 실제 유가 상승 정도에 비하면 하락폭은 미미한 편"이라며 "오르는 국제유가를 환율로 상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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