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원태의 시와 함께 28] 개밥바라기 / 황학주

입력 2010-04-12 07:35:49

당신 쪽으로 종일 나를 굴린다. 당신은 내게로 움푹해진다. 언틀먼틀 애꿎은 삶의 간격이 들어맞는다. 다툰 일이 있은 어제와는 또 다른 얘기다.

당신은 발을 바꾼다. 그간에 개 짖는 창밖 저녁별 하나가 제자리에 놓인다. 돌아누워 잘 때에도 한 발은 내 발에 얹어 수면(睡眠) 위로 다리를 놓아둔다. 배고픈 쪽이다.

당신에게 손을 가져간다. 배를 만질 때 찬반(贊反)이 반반인 자세로 몸이 놀란다. 살이 오른 곳에서 배고픈 뒤까지 별이 발길질을 하며 간다.

종일 자다 물을 먹는 이런 또박또박한 목마름이 있는 우주, 입을 맞춘 첫날 쪽으로, 사랑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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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개밥바라기란 저녁에 뜨는 금성을 일컫는 우리말 이름. 새벽에 뜰 때는 샛별이란 더 예쁜 이름을 가졌다. 혹시 금성의 '애센 광 현상'을 아시는지. 금성이 초승달과 함께 있을 때 태양을 등진 그늘 부분에서 보이는 약한 발광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그 실체가 확인된 적은 없어, 오래된 수수께끼였다. 금성 대기에서 일어나는 벼락 같은 전기 현상에 의한 것이라고 추정되어 왔다. 하지만 애센 광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사람들이 아주 밝은 초승달 부분을 함께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의 결과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정설.

사랑도 그러할 것이다. 너무 밝기만 하면 애센 광 같은 환상의 빛이 실재를 교란시킬지도 모른다. 사랑은 그래서 "다툰 일이 있은 어제와" "배고픈 쪽"과 함께 "언틀먼틀 애꿎은 삶의 간격"을 맞춰가며 가야 하는 것이리라.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나는 "당신 쪽으로 종일 나를 굴리"게 되고, 저절로 "당신은 내게로 움푹해질" 것이다. 그러니 사랑이여, "돌아누워 잘 때도 한 발은 내 발에 얹어 수면 위로 다리를 놓아두"라. 다만 "찬반이 반반인 자세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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