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27명 숨지거나 중상… 계도활동은 계속 감소, 1년새 75% 줄기
7일 오후 4시 30분쯤 경북대병원 응급실 앞. 응급차량이 요란하게 사이렌을 울리며 도착했고 만신창이가 된 20대 청년이 들것에 실려나왔다. 오른팔은 부러졌고 머리를 칭칭 감은 붕대는 붉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2008년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땅을 밟은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보이(27)씨였다. 이날 군위군의 한 제조업체에서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의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 비탈에서 굴러 떨어진 것.
8일 경북대 응급실에서 만난 보이씨는 초점 잃은 눈만 멀뚱멀뚱 뜬 채 "고향집에 돈을 보내야 되는데, 다치면 안 되는데…"라며 떠듬떠듬 말을 잇더니 이내 눈물을 쏟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그는 현재 오른팔이 부러져 수술을 해야 하고 왼팔은 금이 간 상태다. 이도 4개나 부러졌다.
출입국관리사무소가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해 과잉단속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대구 인권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불법체류자에 대한 출입국 관리정책이 '계도'보다 '단속' 위주로 변한 데 따른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두달 전 달성군에서는 단속반을 피하다 중국 이주노동자가 다리를 다쳤고 지난해에는 스리랑카 노동자가 동대구역 고가 난간에서 철로로 뛰어내려 큰 부상을 입었다. 같은 해 구미에서는 출입국 단속반을 보고 중국인 불법체류자 두 명이 기숙사 지붕에서 뛰어내려 척추를 심하게 다치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27명이 큰 부상을 입거나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은 단 한명도 처벌받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연대회의 임복남 집행위원장은 "정부의 불법체류자 특별대책에 따라 이들에 대한 무차별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며 "각 지역 출입국관리소마다 계도보다는 단속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단속 활동에 비해 이주노동자 방문 계도활동은 점점 줄고 있다. 계도 활동은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일선 업체를 찾아 합법고용 절차와 불법고용에 따른 불이익을 사전 통보해주는 것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계도활동은 2007년에는 7만7천632개 업체를 계도했지만 2008년에는 1만8천934개 업체를 계도하는 데 그쳤다.
대구 외국인노동상담소 김경태 소장은 "아무리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하더라도 토끼몰이식 단속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속적인 계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측은 "불법체류자들이 단속반의 차량을 알아보고 지레 도망치다 사고를 당하는 일이 많다"며 "보이씨의 경우 바로 119구급차를 불러 응급치료를 받게 했다"고 해명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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