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철강재 값 폭등, 산업현장에 '그림자'

입력 2010-04-07 09:18:55

최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제조업계에 비상에 걸렸다. 원자재가 상승은 1차 제조업체의 수익성 악화와 완제품 가격 인상, 물가상승 압박 등을 초래, 경기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재 해외의존도가 96%에 달해 다른 나라에 비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오르기만 하는 원자재

국제 유가는 지난해 평균 60달러대 초반을 유지한 데 이어 올 2월 70달러대 중반, 3월엔 70달러대 후반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9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올랐다.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미국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 한때 배럴당 87달러를 넘으면서 2008년 10월 9일 이후 최고 수준으로 거래됐다.

'산업의 쌀'이라고 하는 철강재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포스코는 이달 들어 스테인리스 스틸 제품 출하가격을 전달에 비해 최대 30만원 인상했다. 현대제철도 봉형강류 제품에 대해 1일 출하분부터 5만원씩 인상했다. 이에 따라 철근은 t당 79만1천원, H형강은 91만원으로 각각 오르며 일반형강도 동일한 폭으로 올랐다.

동부제철도 철강제품의 내수 가격을 t당 7만~8만원 올렸다. 향후 원료가격 인상에 따라 추가 인상도 고려하고 있다. 동국제강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물가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보통철근(10㎜ 기준)의 공장도 가격은 t당 73만6천원에서 78만6천원, 고장력철근은 t당 74만1천에서 79만1천원으로 각각 5만원씩 인상됐다. 일반형강은 t당 5만원 올랐고 고철은 t당 4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어 연초 대비 5% 정도 인상됐다. 이 밖에 1년 전에 비해 철광석 86%, 고철 65%, 구리 95%, 나프타 72%, 천연고무 70%, 펄프 64%씩 올랐다.

◆원자재값 왜 오르나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오르는 것은 경기 회복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철광석, 니켈, 구리 등의 원자재가 상승은 아시아 시장의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원인이다. 아시아 시장에 스테인리스 스틸 공급 부족 예측이 나오는 등 기대 수요에다 원자재시장에 투기 수요가 가세한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것. 특히 중국, 미국 등이 비철금속은 물론 코발트, 망간, 인듐, 리튬 등 희소금속 원자재 사재기에 나선 것도 원자재가 인상을 부추기고 있다. 칠레 지진도 겹치면서 수급 불균형이 촉발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는 스테인리스 스틸 주원료인 니켈가격이 지난해 말에 비해 50% 상승한 데 이어 3월 들어서는 크롬과 고철 가격도 각각 20% 이상 급등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것.

여기다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지난해보다 70∼90% 인상된 수준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여 고철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철강재 중간상과 가공업체들은 철강재 가격 인상을 앞두고 사재기에 나서고 있어 가격 인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또 국내외 대형철강업체들이 지난해보다 50% 이상 인상된 값에 석탄을 공급받는 것도 철강 값 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경기회복에 걸림돌 되나

원화 강세와 함께 원자재가가 계속 치솟을 경우 원자재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기업들은 올 2분기에 겪게 될 가장 큰 어려움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22.8%)을 꼽았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제품 원가가 올라 수출 채산성이 나빠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요시장이 여전히 위축된 상황에서는 원자재값 인상분을 완제품 가격에 전가하는 것도 쉽지 않아 기업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서공단의 자동차 부품 회사 간부도 "현대차 공급분은 현대차로부터 사급으로 철을 공급받지만 해외생산 차종 등은 일반시중에서 구입할 수밖에 없어 가격도 올랐고 구하기도 힘든 실정"이라면서 "납품단가에도 제때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선박부품 업체 간부도 "주물가격을 ㎏당 150원에서 250원으로 인상해 줄 것을 요구받고 있다"면서 "가뜩이나 선박의 과다 발주와 중국 조선소의 수주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섬유업계 관계자도 "유가상승으로 인한 원사가격 인상과 염색 염료 및 부자재 인상,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수출은 늘었지만 채산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염색공단도 3월부터 입주업체에 공급하는 스팀료를 인하했다. 하지만 최근 열병합발전소 가동에 쓰이는 유연탄 국제가격을 t당 40달러 인상해 줄 것을 요구받고 있어 200여억원의 추가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동향분석팀장은 "원자재 변동에 취약한 우리 경제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 즉 해외 자원개발 투자 확대와 원자력·신재생에너지 비중 확대 등의 대책과 함께 대구경북 산업은 원자재가 인상에 따른 충격 흡수를 위한 중간재의 모듈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원자재 비축량 확충, 기업에 대한 원자재 구매 금융 지원, 원자재 가격 변동에 취약한 경제 체질 개선 등 다각적인 방안을 찾고 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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