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단체장후보 여성할당제와 전략공천은 경쟁력을 갖춘 여성 후보감이나 출마자가 없다는 게 그 존재의 이유다. 과연 그것뿐일까?
기초단체장후보 여성할당제의 경우 중앙 정치는 물론이고 지방 정치에까지 여성들이 들어설 자리가 별로 없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여성들의 활동이 각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정치판에서만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에서는 공직의 남녀 성비를 엇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법률로 강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할당제가 그다지 불공평해 보이지 않는다.
이보다는 '할당할 만한 여성이 없다'는 푸념이 적잖다는 게 문제다. 지방선거를 앞둔 한나라당의 대구시당과 경북도당도 그렇다. 중앙당이 여성구청장 후보를 낼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한다.
전략공천이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현지 정서를 무시하는 중앙당의 낙하산 공천이라는 비난도 적잖지만, 지역 정치권에서 경쟁력을 갖춘 후보감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란 지적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후보 찾기가 어렵기는 일반적인 공천과정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한나라당의 경우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에서조차 일부 광역단체장이나 기초단체장 선거구에서 '나홀로 출마자'가 잇따랐다. '한나라당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까지 나돌 정도로 공천여부가 당선을 좌지우지하는 게 현실임에도 출마자 간 경쟁구도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모 선거구에서는 공천경쟁이 뜨겁지만, 무소속 후보에 맞설 만한 후보감을 내세우기 어려울 지경이란 하소연이 들린다.
왜 사람이 없을까?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이 꼽힌다. 중앙당과 시'도당에 공심위가 있다지만, 실제로는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의 영향력(혹은 의중)이 크게 작용하는 현실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는 라이벌이 될 수 있는 단체장후보의 공천문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단체장 후보감으로 유력하게 꼽히던 인사가 공천에서 탈락하거나 아예 공천신청을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게 된다.
자신의 선거구내에서는 인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작정하는 경우도 있겠다. 말을 잘 듣는 인사들 중에 후보를 내세우면 정치적으로 위협될 것도 없고, 자신의 선거를 치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선거 출마자가 국회의원에게 찍히면 끝장이라는 말도 이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경쟁자가 될 인사쪽 사람이라면 능력이 제 아무리 뛰어나도 공천 신청을 포기했을 수 있다. 후보 경쟁에 나서는 것 자체를 접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저런 '결격사유'로 사람들을 배제시키고 나면, 주민들의 성에 찰 만한 인물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다. 전략공천이니 하는 말들도 이래서 들린다.
지방의원 후보감을 내세울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총선을 대비하려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을 선거구 곳곳에 포진시켜 놓는 게 유리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중에는 능력이 있더라도 공천하기 어려울 것이고, 이를 알만한 사람은 공천신청 자체를 하지 않을 수 있다.
당 지도부도 지방선거나 총선을 대선의 전초전 쯤으로 여길 것이다. 공천과정에서는 세력을 확장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선거 후엔 계파간 희비가 갈려 헤게모니 싸움을 벌인다. 설사 공천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하는 게 정치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낙천된 인사들에 대해 "누구는 능력이 떨어지고, 누구는 당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서" "누구는 나이가 적고, 누구는 나이가 많아서" 등등의 이유를 대는 것은 변명거리로 들릴지 모른다.
정치권에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진입장벽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는 공천과정에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의 입김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게 시급할 것이다.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서봉대 정치부 차장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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