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도박으로 파멸한 인생, '나'의 얘기를 소설로…

입력 2010-03-31 08:16:48

늪/조진복 지음/북랜드 펴냄

도박에 빠진 한 인간이 어떻게 파멸할 수 있는가, 를 보여주는 지은이의 '자전실화소설'이다. 도박으로 단순히 재산을 잃는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체면도 염치도, 책임도 최소한의 양심도, 죄의식도 없는 상황으로 빠져 들어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지은이 스스로 '70% 논픽션과 30% 픽션으로 썼다'는 이 소설은 한국 소설에서는 보기 드물게 작가의 체험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도박에 빠지는지, 혹은 누가 봐도 안정되고 높은 사회적 직위를 가진 사람이 도박에 빠져 '얼마나 악한이 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더불어 도박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지은이 조진복씨는 카지노에서 4년 동안 수억원을 잃었다고 했다. 자신은 용케 그곳을 빠져나왔지만, 그곳에는 4천여명이 갈 곳을 잃은 채 앵벌이로 생활한다고 한다. 카지노 주변 앵벌이들은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고, 여기저기 손님들의 심부름을 하거나 손님들의 도박을 도우면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종일 도박장 주변을 서성거린다. 잔심부름 등으로 1만원을 벌면 5천원으로 식사와 잠을 해결하고 5천원으로 도박장에 입장한다.

"도박장에서는 10분에 100만원을 잃기도 하고 벌기도 해요. 나는 하루에 7천만원도 잃었던 적이 있어요. 돈이 돈처럼 안 보이는 거죠. 돈을 잃거나 벌거나 간에 일단 도박판에 빠지면 일확천금 외에는 눈에 보이는 게 없어요."

조씨는 도박을 '사람이 타는 막차'라고 했다. 평범한 월급쟁이든, 학교 선생님이든, 건실한 기업의 사장이든, 심지어 평생 뒷골목을 전전해온 건달도 도박에 손을 대는 순간 '막차를 탔다'는 점에서는 한치의 차이도 없다고 했다.

소설 '늪'은 도박장에 도착한 남자 송준태가 몇번 돈을 잃고 따는 과정으로 시작, 결국에는 돈을 모두 잃을 뿐만 아니라, 나락으로 빠져드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송준태는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도 나름대로 별별 연구를 다 한다. 돈을 잃었던 모든 과정을 되새기며 이제는 절대로 더 잃지 않을 방법도 찾았다고 생각한다. 때로는 하루에 베팅할 금액을 정해놓기도 하고, 기계를 바꾸기도 하는 등 자기관리도 시도한다. 그러나 결국에는 실패한다.

송준태는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 은사, 지인들에게 무시로 전화를 하고 심지어 멀쩡한 딸이 위암에 걸렸다고 거짓말도 한다. 그럼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도박에 빠져 눈에 보이는 게 없기 때문이다. 소설 속 송준태는 일확천금을 꿈꾸며 끝내는 범죄의 길로 들어서고 결국 목숨까지 잃게 된다.

조씨는 "도박과 샅바를 잡는 순간 집니다. 도박과 붙어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라고 강조한다. 조씨는 젊은 시절 건달 생활로 오래 복역했으며 2002년 출소한 이래 자전실화소설 '남자의 그늘'을 써, 자신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기도 했다. 그는 "도박 없는 세상이 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소설을 썼다"고 말했다. 256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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