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수업 집중 못하게… 의욕상실
중학교 때 전 과목 성적이 완벽할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 고교에 진학해 갈수록 성적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학생들 중 상당수는 중학교 때 지나치게 선행학습에 매달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은 중학과정 문제를 고교의 방식으로 풀기 때문에 중학시절에는 다른 학생보다 우수해 보이지만 고교에 진학해서 다른 학생들도 같은 과정을 다 배울 무렵이면 성적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특히 중학시절 지나치게 선행학습을 많이 하고 독서를 하지 않은 학생들 중에는 언어에서 성적이 나오지 않아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설픈 선행학습은 학생으로 하여금 학교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결국에는 학습의욕을 상실하게 하고 자발적인 동기유발을 막는다. 전문가들은 기본에 충실하며 개념을 가지고 놀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좋아지게 하는 비결이라고 지적한다.
◆수학
대부분의 수학 교사들은 중3때 고1 수학을 배운다고 해서 고교로 진학해서 수학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마찬가지로 고1때 수Ⅰ·Ⅱ에 몰두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당해 연도 과정을 충분히 다져놓지 않으면 그 다음 무엇을 배우든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수학은 처음 배울 때 개념 파악을 잘 해야 하는 과목이다. 첫 단계에서 어설프게 이해하거나 단순히 문제 풀이 위주의 패턴에 집중하다 보면, 수능시험에서 자주 다루어지는 다소 생소한 유형이 나오면 힘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은행에서 출제되는 모의고사에서는 고득점을 하는데 실제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는 수험생들 중 상당수가 조기진도로 그 전 단계의 기초를 충분히 이해하고 연습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영어
영어의 경우 조기 진도라는 말을 적용할 수 없는 대표적인 과목이다. 문법을 예로 들어보면 부정사, 동명사, 분사와 같은 준동사는 중학교에서도 배우고 고등학교에서도 배운다. 출제되는 문제의 어휘와 난이도에서 차이가 날 따름이다. 일부 학자들은 어린 나이에 외국어를 시작해야 2개 국어 동시 구사 능력이 배양된다고 주장한다. 중·고교 나이만 되어도 논리로 외국어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원어민 수준에 이르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기 교육이 지나칠 경우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특히 취학 전 어린이의 경우 영어와 우리말의 어순과 논리 전개 방식의 차이 때문에 모국어 구사 능력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수능 영어에서 고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영어 실력뿐만 아니라, 언어 영역에 적용되는 풀이 방법을 알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 어휘 실력과 독해 능력이 없으면 고급영문의 해석과 이해도 어렵다.
◆언어, 사회과학
언어 능력은 수능 언어영역 고득점뿐만 아니라 다른 교과를 잘 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며 요약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어떤 과목도 잘 할 수가 없다. 이런 중요성을 알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는 비정상적인 읽기 교육이 넘친다. 국어 교과서를 미리 가르치는 것에서 일부 부유층 자녀들을 상대로 하는 논술, 철학, 독서지도 등에 이르기까지 언어와 관련된 과외와 선행학습의 종류는 다양하다. 일부 학원에서 고액의 수강료를 받고 독서와 논술 강의를 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와 중고교생을 상대로 철학 강의와 독서 지도를 하는 경우 나이와 지적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어려운 내용과 딱딱한 논리를 다루는 사례가 많다. 정도가 지나치면 독서가 주는 재미를 잃기가 쉽다. 초중학생의 경우 논리보다는 작품을 통한 감수성과 직관력, 상상력의 배양에 힘쓰는 것이 나중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된다. 많은 작품을 읽고 바탕 지식을 착실히 쌓은 다음 논리적 훈련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어와 논술을 잘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 요령에 앞서 많이 읽어야 한다. 다양한 독서를 통해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쌓게 되면 글쓰기 요령은 쉽게 배울 수 있다.
최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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