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양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도도새는 날지 못했다. 육식동물이 없는 생태계 환경 때문에 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도도새의 평화는 16세기 포르투갈 선원들이 이 섬에 상륙하면서 재앙으로 바뀌었다. 사람을 보고도 무서워하지 않는 도도새는 너무나 손쉬운 사냥감이었다. 도도새는 침입자가 들어온 지 불과 100여 년 만인 1681년 멸종됐다.
이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대량 살육이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5만 년 전에 있었다. 인간에 의한 매머드 등 대형 포유류의 절멸이다. 대형 포유류의 갑작스런 멸종의 원인을 놓고 그동안 인간에 의한 '과잉학살설'과 빙하기 직후의 '기후급변설'이 팽팽하게 맞서왔으나 2000년 전자가 최종 승자가 됐다. 멜버른대학 연구팀이 대형 동물뼈가 무더기로 나온 호주의 지층 28곳을 연대 측정한 결과 이들이 묻힌 시기(4만6천 년 전)가 인간이 호주 대륙에 들어온 시기(5만6천 년 전)와 '지질학적 시간'상으로 거의 일치한 것이다. 그 1만 년 동안 무서운 발톱을 지닌 캥거루 등 대형 동물 24속 중 23속이 멸종했다. 인간이 사냥과 여행을 위해 숲을 불태우면서 동물이 굶주리게 됐고 여기에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빚어진 결과였다.
북미 대륙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매머드, 들소 등 초식동물 41종 중 30종이 인간의 사냥으로 멸종한 것이다.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이를 입증하기 위해 사람과 초식동물 41종의 개체 수 변동 관계를 모형으로 만들어 컴퓨터로 모의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전체 41종의 초식동물 가운데 32종이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실험에서 멸종에 걸린 시간은 1천229년. 이 역시 1만3천400년 전의 북미 대륙 최초의 인류 거주 흔적과 대규모 멸종을 알려주는 1만2천여 년 전의 화석 기록과도 거의 일치하는 것이다.
참다랑어의 운명이 위기에 처했다. 대서양의 개체 수는 50년 전보다 74%나 줄었고 대서양 서부 지역은 무려 82%나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업적' 멸종 단계도 머지않았다. 그 주범은 일본인이다. 한 해 어획량의 80%가 일본인의 배로 들어간다. 일본인은 탐식(貪食)을 멈추지 않을 작정이다.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국제회의에서 참다랑어 국제 거래 금지안이 일본의 거부로 부결됐다. 참다랑어가 인간의 탐식이 빚은 대량 멸종 리스트에 오를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정경훈 논설위원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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