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말로만 "전관예우는 부끄러운 일" 계속 떠들 건가

입력 2010-03-23 11:00:14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퇴직 직전 1년간 판'검사로 근무한 법원'검찰청 관할 지역 사건을 퇴직 후 1년간 맡지 못하도록 하는 변호사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법조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자 우리 법문화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전관예우' 관행을 이번만큼은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것이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후반기 형사사건 수임 건수에서 상위 20위 내에 든 변호사 중 17명이 자신의 최종 근무지에서 개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관예우라는 미명하에 전관 변호사들이 사건을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한 것이다. 이러니 법조계 내부에서는 "전관은 3년 사이에 평생 벌 돈의 절반을 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전관 수임이 돈과 직결되다 보니 잘못임을 알면서도 선후배 사이에 서로 밀어 주고 당겨 주는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전관예우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바로잡기 위해 국회와 사법부가 그동안 여러 차례 발의를 하고 제한규정을 두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 왔다. 최종 근무지 법원에서 6개월 이상 함께 근무한 재판부에는 사건을 배당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양형 기준 제정, 법조윤리협의회 발족 등 전관이 개입할 소지를 줄이는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위헌 소지 등을 이유로 법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폐기되거나 구두선(口頭禪)에 그친 경우가 허다하다.

자기에게 유리한 양형을 받게 해주거나 승소할 확률이 높은 변호사에게 일을 맡기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전관예우가 공정 경쟁을 해치고 법조계 질서를 어지럽히는 해악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겉으로는 '부끄러운 일'이라면서도 잘못된 관행에 미련을 갖거나 소수의 기득권을 보장하려다 전체 법률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도록 법조인, 의뢰인 모두 자각하고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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