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경제를 좌우한다.'
기상 이변은 주요 경제지표와 소비 현장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월 장바구니 물가(생활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 급등해 14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상 한파로 에너지 가격과 운송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채소, 과일, 휘발유 및 공업제품의 가격이 크게 오른 것.
20일 황사가 기상관측 사상 최대 미세먼지 농도를 기록한 데 이어 4, 5월까지 수차례 이어질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22일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은 황사철 대비 '공기청정기 모음전' 행사가 열린 데 이어 건강마스크나 손소독제를 비롯한 기능성 용품과 황사 대비 패션 소품 등 '황사 마케팅'이 열렸다.
23일은 기상의 날. 2000년대 이후 폭우, 폭설, 황사, 이상 한파 등 '요상한' 날씨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상 이변의 경영학'이 주목받고 있다.
◆날씨 때문에…
날씨에 가장 민감한 산업은 '농업'이다. 오락가락하는 날씨 탓에 채소 가격이 뛰기 일쑤.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따르면 19일 거래된 특상품 배추(10㎏) 가격은 6천원 선으로, 두 달 전보다 1천원이나 올랐다. 특상품 상추(0.5㎏) 역시 100원 오른 700원에 거래되고 있고 보통 등급의 애호박(10㎏)도 1만400원에서 1만8천50원으로 껑충 뛰었다.
날씨는 유통업계의 매출에도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상 한파가 몰아친 올해 경우 백화점 매출은 감소한 반면 인터넷 쇼핑몰과 TV 홈쇼핑 매출은 급증했다.
야구장도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홍준학 삼성 라이온즈 마케팅팀장은 "경기가 열리기 전 날씨가 궂으면 관중이 눈에 띄게 준다"며 "수시로 기상청과 공군 기상대에 날씨를 확인하고, 관중 유인 마케팅 전략을 세운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1동에 299가구의 아파트를 짓고 있는 STX건설은 폭설이 내렸던 이달 10일과 황사가 닥친 20일 모두 일손을 멈췄다. 이곳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일기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며 공사 일정을 잡지만 이번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하면 속수무책"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상 경영 시대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달 펴낸 '기상 이변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08년까지 폭설, 홍수, 황사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한 국내 연평균 재산피해액은 2조2천억원으로, 1990년대(7천억원)에 비해 3배 넘게 급증했다. 보고서는 "각 기업마다 날씨를 경영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생겨나고 있다"며 "맞춤형 날씨 정보를 제공하는 기상 산업도 신수익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STX 조선해양은 2005년 부산지방기상청과 연계, 홈페이지와 사내 정보포털사이트 등에 특화된 기상 정보를 제공하는 '산업기상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악천후 때마다 전 직원에게 휴대전화 단문 메시지로 기상정보를 알린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는 "야외 작업이 잦은 조선 산업의 특성상 날씨가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준다"며 "기상 정보를 통해 체계적인 사전 생산 일정을 수립한 덕분에 생산비용 절감 및 산업재해 예방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각 기업마다 날씨 정보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 기상 산업도 초고속 성장세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상 산업 시장 규모는 443억원 규모로, 산업 태동 12년 만에 94배나 성장했다고 분석됐다. 국내 기상 기업은 기상 예보·기상 장비·기상 컨설팅업 등에 걸쳐 22곳에 이르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기상산업진흥법을 개정하면서 기상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법 개정 후 민간업체에서도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에 대해 예보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민간 기상 예보업체 '케이웨더'의 홍국제 홍보과장은 "조만간 특정 고객을 위한 맞춤형 기상 정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눈 예보 환불 상품 외에도 날씨 관련 금융·보험 상품도 곧 출시된 전망"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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