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거리요? 처음 듣는데요"…금연거리 1년 동성로

입력 2010-03-22 10:47:06

곳곳서 여전히 흡연

지난해 3월 금연거리로 지정된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19일 금연거리 지정 1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금연거리에 아랑곳없이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해 3월 금연거리로 지정된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19일 금연거리 지정 1주년 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금연거리에 아랑곳없이 담배를 피우며 지나가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19일 오후 2시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인근. 금연거리로 지정된 지 꼭 1년을 맞았지만 입에 담배를 물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1시간가량 지켜봤더니 흡연자가 족히 20명이 넘었다. 흡연자들은 가로등에 달린 '금연거리' 휘장 아래에서도 유유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금연거리에 담배 연기가 멎지 않고 있다. 금연거리에서 담배를 피워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서다. 기초자치단체가 앞다퉈 금연 조례를 제정하고 있지만 처벌 근거가 되는 국민건강증진법 등의 개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금연거리와 금연 조례는 무용지물이다.

대구 중구청은 이날 오후 4시 동성로에서 금연거리 지정 1년을 맞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중구보건소가 '함께 만드는 그린 로드(GREEN ROAD)'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부대행사를 마련했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아랑곳없었다. 주변 상가 상인들과 보행자들은 보란 듯이 담배를 피웠다.

"금연거리인 것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모른다"며 휑 지나갔다. 중구청 환경미화원은 "30분 동안 일대를 쓸면 담배꽁초 10개가 금방 나온다"며 "하루 평균 70여개는 쓸어담고 있다"고 했다.

1년 전 중구청은 '금연환경 조성 및 지원 조례안'을 제정해 한일극장에서 중앙치안센터 구간 292m를 담배연기 없는 거리로 지정했다. 금연 캠페인을 위해 30, 40대 희망근로 인원까지 배정해 매주 토요일 1시간 30분씩 금연 캠페인을 펼쳤지만 성과가 없었다.

동성로 금연거리가 무늬만 금연거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현행법상 기초자치단체의 단속 권한이 전혀 없기 때문. 2008년 7월 한나라당이 지자체 조례로 지정한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울 경우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제출했지만 아직도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년 가까이 법률안 개정이 유보되면서 국내 흡연율이 소폭 증가하는 부작용까지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19일 발표한 '2009 지역사회 건강조사'에서 대구 '현재 흡연율'은 26%를 기록해 전년도의 25.5%보다 소폭 상승했다. 현재 흡연율은 평생 5갑 이상 흡연한 사람 중 현재 흡연하는 사람의 비율을 말한다.

대구 중구보건소 천윤정 금연사업 담당은 "점진적 변화가 감지되고 있지만 시민의식은 아직 제자리"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 개정이 뒤따라야 금연거리 지정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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