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의 성공투자 다이어리 <3> 첫 투자의 실패

입력 2010-03-18 07:56:40

수없이 발품 팔고 끝내 물건 못잡아

신혼 초 퇴근을 하자마자 '알바'를 가기 전에 항상 들르는 곳이 있었다. 저녁이라곤 김밥 한줄. 가끔 질릴 땐 우유에 빵 하나를 정신없이 먹는 둥 마는 둥 부랴부랴 서점의 경제·경영 코너에 갔다. 정확히 1년 반 동안 그렇게 했다. 수많은 책 중에서도 부동산 책을 유독 많이 읽었다. 그런데 오랜 시간 부동산 책을 읽으며 가장 눈에 띈 것은 부동산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경제학 이론이 뭔지도 모르면서 이해가 가지 않아도 읽고 또 읽고 스크랩했다.

당시(1995년) 상황은 1987년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95~96년 소형 아파트 전세금이 매매가의 70% 이상이고 분양가가 시세를 웃돌고 있어 전반적인 분위기로 볼 때 더 이상 아파트 값이 하락할 확률은 희박하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때 처음 새마을호를 타고 서울로 부동산 강의를 들으러 갔다. 강남에서 받은 첫 느낌은 지금의 수원과 비슷한 분위기였다고 할까.

더 이상 망설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였기에 투자는 간단했다. 위험부담이 최소이고 수익을 얻을 확률이 최대라면 이때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재테크의 기본원칙이라고 믿었다. 즉, 아파트 가격이 상승확률이 90% 오르는 폭도 90% 이상, 하락확률 10% 미만 떨어지는 폭도 10% 미만. 그때 유행하던 부동산 10년 주기설을 믿게 됐다. 그렇게 최초로 재테크를 시작한 것이다.

당시 지금의 달서구 월성동 월배지구단위구역 내 택지개발지구 토지를 보러 다녔다. 도로를 물고 있으면 3.3㎡당 150만원, 길 없는 안쪽의 토지는 40만원 정도. 공인중개사들은 10년 정도 바라보면 무조건 좋아진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사라고 했다. 지구단위계획이 뭔지 용도구역이 뭔지 비싼 건지 싼 건지 구별할 줄도 몰랐다. 단지 공인중개사 아저씨, 아주머니만 나에게 매일 전화해서 무조건 사놓으라고 했다. 나의 자금 여력은 전세금 2천900만원과 3년 동안 맞벌이에 알바까지 해서 모은 돈 7천만원을 합쳐 1억원이 전부였다. 그렇게 좋다는 토지를 사려니 내가 살 집이 없었다. 텐트 치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땐 땅 사고 월세 산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시근'이었기에 그 땅을 사지 못했다. 그렇게 패기만만하게 돌아다니면서 수없이 헤집고 다녀놓고 정작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너무 미안해서 공인중개사들에게 전화조차 할 수 없었다. 첫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그곳은 이후 내가 10년 넘게 살았던 지역이기도 하다. 딱 12년 지났다. 현재 그 인근 토지 가격을 예전과 비교해 보면 있을 수 없는 기회를 놓쳐버린 셈이 됐다. 3.3㎡당 150만원 하던 땅값은 아파트와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2천500만~3천만원 정도에 이르며, 도로 안 아파트 부지들은 1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인근 아파트 분양가 역시 3.3㎡당 평균 700만원을 넘긴 지 오래다.

부동산 경기가 바닥일 때는 일반 사람들은 헐값에도 사지 않는다. 그 좋은 기회를 놓치고 깨달은 것은 인간본성을 이기는 일이었다.

권선영 다음(Daum)카페 왕비재테크 대표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