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 돌고래를 살린 영화의 힘

입력 2010-03-13 08:00:00

지난해 극장가에 조용히 개봉됐다가 내린 다큐멘터리 영화 '더 코브:슬픈 돌고래의 진실'이 올해 아카데미상에서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영화는 열혈 미국 환경운동가들이 찍은 작품으로 일본의 전통적인 방식의 '돌고래잡이'를 비판한 내용이다. 태평양 연안의 와카야마(和歌山)현 다이지초(太地町) 지역은 수백년간 식용으로 돌고래를 잡아왔다.

그런데 포획방법이 잔혹하다. 어부들이 돌고래떼를 몰아 좁은 해안의 후미진 만(코브)으로 몰아넣고 때려잡는다. 작살로 잡기 때문에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고, 돌고래의 울음이 하늘을 덮는다. 피를 흘리며 필사적으로 탈출한 돌고래가 해안에서 다시 처참하게 죽어갈 때 인간이 과연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라는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해양 공원에서 돌고래의 재롱을 본 사람이라면, 더욱 끔찍할 것이다.

고래는 상업적인 목적으로 잡을 수 없지만 돌고래 어업은 금지돼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일본 등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환경운동가들은 이 잔혹한 '돌고래잡이'를 찍기 위해 007작전을 능가하는 작전을 펼쳤다. 공연할 장비라고 속이고 가짜 돌에 적외선 카메라를 숨겨 현장을 기록했다. 주민들이 밤을 새워 지키는 바람에 수중으로 잠입해 장비를 설치했고, 일부는 험악한 주민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미행이 따라붙고, 호텔 밖에서도 주민들이 밤을 새워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이들의 노력으로 영화는 연구용이라고 고래를 과다하게 잡는 일본의 어업과 고래를 식용하는 일본인들의 음식 문화 등을 고발하고 있다.

영화를 본 미국이나 유럽의 관객들은 "잔혹한 돌고래잡이를 당장 금지해야 하다"고 흥분하고 있다. 여론의 지지에 힘입은 영화 제작진은 이번엔 고래 고기를 파는 미국의 레스토랑을 고발하는 등 비판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인터뷰에 참여했던 일본 정부 관리를 직위해제 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던 일본이 이번 아카데미상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난감해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릭 오베리는 원래 돌고래 조련사였다. 1960년대 돌고래가 주인공인 미국 TV시리즈 '플리퍼'를 촬영할 때 그는 돌고래를 직접 잡아 훈련시켜 드라마에 출연시켰다. 그러나 돌고래가 스트레스를 받아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참회하고, 이제는 돌고래 보호에 남은 일생을 보내고 있다.

한 편의 영화로 수많은 돌고래들이 살아날 수 있는 것, 영화의 힘이다.

김중기 객원기자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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