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대륙에 초강진이 잇따르면서 지구촌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아이티에 강도 7.0의 강진이 발생, 3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 27일에는 칠레 서부 해안에 규모 8.8의 강진이 발생했다. 아시아 타이완에 이어 유럽과 맞붙은 터키에까지 강진이 발생하면서 지구촌이 지진 재앙에 떨고 있다.
최근 들어 잇따르는 강진으로 지진 전문가들 사이에 대지진이 50년 주기로 반복한다는 '50년 주기설'이 주목받고 있는가 하면 일반인들은 이것이 '대재앙의 징조'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보이고 있다. 또 '지진 안전지대'로 꼽히는 한반도의 안전성 여부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린다. "머지않아 대지진이 온다"는 시각이 있는가 하면 "예년에 비해 크게 다른 점이 없다"는 의견도 적잖다.
◆지구축 흔드는 초강진 임박
미국지질조사소(USGS)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지진만 60회나 된다.
아이티 지진 발생 전 언론을 통해 이를 예견한 바 있는 지질학자 클로드 프레프티 박사는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동부에 250㎞ 길이의 단층이 5분의 1가량 균열이 발생했다"며 "다시 지진이 날 경우 항구도시 카프아이시앵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USGS는 대지진 이후 이미 수백차례의 여진이 발생한 칠레는 앞으로 수개월 혹은 수년간 여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지구물리학자 제시카 시갈라 박사는 "지구가 많은 에너지를 분출해서 원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여진이 일어난다"며 그 원인을 설명했다.
문제는 대지진설이 비단 아이티나 칠레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칠레는 지진과 화산 활동이 빈번해 '불의 고리'(Ring of Fire)로 불리는 환태평양 지진대에 속한 곳.
미국의 지진 전문가들은 태평양 북동부 지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브라이언 애드워터 워싱턴대 교수, 크리스 골드핑거 오리건주립대 박사 등은 "미 오리건주 남부에서 분열된 단층의 남단부와 북부 캘리포니아가 50년 내에 충돌하면서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80%"라며 "이번 칠레 지진에 버금가는 지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USGS는 이미 2008년에도 "30년 안에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규모 6.7 이상의 대지진 발생 확률 99.7%, 남캘리포니아 97%, 북캘리포니아 93%"라고 발표한 바 있다. 과거 미국에는 1906년 샌프란시스코 대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전력도 있다. USGS의 마샤 맥너트 박사는 한 TV 방송에서 "미국의 경우 칠레 대지진만큼 규모가 크지 않아도 높은 인구밀도를 고려하면 막대한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4년 12월 수마트라섬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9.3의 강진과 이어 닥친 쓰나미로 20만여명이 사망한 인도네시아도 '10년 내 대지진'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일본 교토대 짐 모리 교수는 지난 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10년 안에 인도네시아에 대지진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9월 수마트라섬 인근에서 규모 7.9의 강진으로 1천여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지구관측소 케리 시에 소장은 지난해 "수마트라 지역 지진 단층대는 '잔뜩 눌린 스프링' 같다. 최근 지진은 스프링을 아주 조금만 풀어준 것이고 나머지 축적된 에너지는 앞으로 30년 안에 규모 8.8 이상의 초대형 지진으로 분출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비영리 지진조사기구인 지오해저드 인터내셔널(GI)이 발표한 '지진에 취약한 세계 도시 20곳'에는 일본의 수도 도쿄(11위)와 나고야(18위), 고베(20위) 등의 이름이 올랐다. 일본에서는 "약 100~150년 주기의 도카이(東海) 지진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로 공포감이 형성돼 있다.
◆지진 규모와 빈도 정상적인 것
이러한 시각과는 달리 많은 전문가들은 최근 잇따른 강진 발생은 '지극히 정상적인 지구 활동'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지진의 발생 빈도가 늘었다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는 것.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장호완 원장은 "최근 지진이 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 지구적으로 대체로 일정하게 나고 있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일반적 의견"이라고 말했다. 통계적으로 10년에 1차례는 규모 9.0 이상, 3년에 1차례는 규모 8.0, 1년에 1차례 정도는 규모 7.0 지진이 발생한다는 근거에서다.
영국 더럼대학 밥 홀스워드 교수는 최근의 지진 홍수에 대해 "세계의 끝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지진국도 "중국은 매년 140여차례 지진이 발생한다. 규모 7 이상의 연이은 강진은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구밀도가 높아지면서 대도시와 가까운 곳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인명피해를 내 지진이 빈번한 것처럼 인식된다는 이른바 '착시효과' 때문이라는 설명도 있다.
실제로 2005년 일본 후쿠오카 지진과 이번 아이티 지진은 강도는 7로 같지만 사망자는 1명과 30여만명으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에 대해 대구기상청 관계자는 "인구와 건물이 밀집된 지역에서 난 아이티 지진 참사 등을 계기로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마치 지진이 예전보다 많이 발생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경북대 지질학과 이정모 교수도 "지진은 항상 발생하고 있고 이는 지구가 건강하다는 증거"라며 "일본과 한국의 환경이 다른 만큼 흥분하지 말고,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나가면 된다"고 주장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국외지진목록 www.kma.go.kr/weather/earthquake/internationallist.jsp 참조
국내지진목록 www.kma.go.kr/weather/earthquake/domesticlist.jsp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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