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타당성 없다" 무시 대구적십자병원 폐원 강행

입력 2010-03-11 10:24:57

대한적십자사가 '대구적십자병원의 이전 타당성이 없다'는 외부용역 결과와는 반대로 병원폐쇄와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의료약자 보호'라는 적십자사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고 있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가 회사경영 컨설팅 전문업체인 S사를 통해 마련한 '대구병원 회생 가능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부채 해결을 전제로 한 자산 매각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병원 이전 재원으로 매각대금 활용은 당위성이 없다'고 명시, 대구적십자병원의 매각·이전계획은 타당성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대한적십자사는 지난 1월 중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유종하 총재가"병원 폐원은 없을 것"이라고 했던 것과 달리 병원 이전을 추진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경남 창원에서 열린 대한적십자 경남지사 제2차 상임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대구 병원 국유지를 매입하고 처분해 적십자사의 적자를 부분적으로 해소한 뒤 대구적십자 병원을 폐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위해 다소 재정상태가 좋은 부산, 경남, 전북지사에 각각 30억원, 20억원, 12억원을 연 5%에 대여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적혀 있다.

하지만 대한적십자사 병원정책과 관계자는 "의료기관이 밀집한 대구 중구는 경쟁력을 상실했다"며 "경북 지자체 두 곳과 적십자 병원 개원에 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계는 연간 10억여원의 대구 적십자병원 경영 적자는 '건전한 적자'로 평가하며 폐원에 부정적이다.

경상대 예방의학과 교수진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적십자 병원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적십자병원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공익적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발생한다. 대구적십자병원이 350병상 이하 종합병원과 동일한 환자 본인 부담금을 매길 경우 연간 3억4천만원 정도의 경영 흑자를 낼 수 있다. 단순 수익 사업의 잣대로 적자 규모를 평가할 게 아니라 합리적 경영을 통한 자구책을 내놔야한다"고 주문했다.

'적십자 병원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 최성택 위원장은 "적십자 병원은 소유 주체의 측면에서는 민간병원에 속하지만 이미 다양한 형태로 국민들의 혈세가 투입돼 있기 때문에 적십자사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자 누적 및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병원사업을 축소 또는 폐기하겠다는 것은 적십자사의 기본 정신을 저버리는 행위"고 말했다.

한편 대구적십자병원은 적자 경영을 이유로 2007년부터 병원 진료과목을 축소하는 등 공공의료부문 역할을 소홀히 해왔고 지난달에는 마지막 남은 의사 2명마저 내보내 사실상 폐원상태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는 병원 폐원수순을 밟으면서도 국유지인 병원부지를 매입, 투기의혹을 받아왔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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