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무한 질주…"컴퓨터게임 안 부럽다"
2001년 출시된 모바일게임 '페노아전기'. 단순한 아케이드가 주류였던 당시의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페노아전기는 획기적인 RPG게임이었지만 흑백 화면에 캐릭터 자체도 부실했고 1개의 직업에다 별도 스킬도 없었다. 스토리도 원고지 1매가 고작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게임계에 명함도 못 내밀 수준.
하지만 10년 사이 모바일게임은 그야말로 쾌속질주를 해왔다. 이제는 웬만한 장르를 모두 소화하면서 PC게임 부럽지 않은 입지를 구축했다. 화려한 그래픽과 풍부한 스토리, 스킬 등으로 "작은 액정화면과 버튼으로 무슨 게임을 해?"라는 선입견을 여지없이 뒤엎고 있다. 최근 부상한 스마트폰과 함께 모바일게임은 또 다른 무한질주를 준비 중이다.
◆무서운 진화 속도
모바일게임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들어서다. 당시 휴대폰은 흑백인데다 기능도 거의 없어 대부분 포커나 블랙잭 등 단순 게임이 대부분이었다. 하나의 버튼에 4가지 컬러 수준의 게임이었던 것. RPG게임이 일부 선보였지만 '무늬만 RPG'인 경우가 많았다.
모바일게임은 2003년 이후 획기적인 발전을 맞는다. 휴대폰이 컬러 시대를 맞은 데다 휴대폰의 CDMA와 같은 파급효과를 가진 WIPI가 만들어졌기 때문. 당시 '붕어빵 타이쿤'이나 '만땅 주유소' 같은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이 큰 인기를 얻었고 RPG게임 '삼국지 무한대전'이 100만 다운로드라는 기록을 세우며 RPG 시장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07년부터는 '미니게임천국' 같은 간단한 게임들을 여러 가지 묶은 미니게임 모음이 인기몰이를 했다.
2008년부터는 RPG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영웅서기'나 '제노니아' 등을 필두로 한 RPG게임들은 트루컬러의 보다 선명한 화질과 한층 향상된 게임성 등을 무기로 모바일게임 시장을 주도했다. 여기다 여러명이 게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실시간 시뮬레이션이나 MMORPG 등도 선보여 장르상 한계가 없어졌다. 프로야구 시즌이나 올림픽, 월드컵 시즌에 맞춰 스포츠 게임도 꾸준한 인기를 얻었다.
시드모바일 홍성선 대표는 "과거에는 모바일게임 용량이 플로피디스크의 10분의 1 수준인 128kb 정도였지만 지금은 3M(플로피디스크의 2배) 정도 수준에 이르렀고 화질도 4배 이상 개선됐다"고 말했다. 지금의 모바일게임은 1990년대 큰 인기를 얻었던 가정용 게임기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
시장 규모도 진화만큼이나 빠르게 커졌다.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01년 1천4억원이던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이 2008년에는 3천50억원으로 급성장했고, 앞으로도 이 같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미래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스마트폰의 공세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도 '쓰나미'를 예고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기존의 SKT, KT, LG 등 3개 통신사가 지배하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일대 혁명을 몰고오고 있다. 그 중심에 '앱스토어'(응용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서비스)가 있다.
기존 휴대폰은 게임을 다운받으려면 게임비 3천~4천원에 별도로 7천~1만원 정도의 데이터 통화료를 내야 했다. 게임 이용자 입장에서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그 때문에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은 '프리데이터 요금제'를 선택하는 게 보통이었다.
반면 스마트폰의 앱스토어는 데이터 통화료 자체가 없다. 전세계적으로 공개된 장터에서 자신이 원하는 게임을 게임비만 결제하고 다운받을 수 있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선택권 확대와 함께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 것이다. 과거처럼 통신사 장벽이 없어진 데다 휴대폰 성능도 한층 좋아져 좀 더 다양한 게임 장르와 체계를 선보일 수 있다.
3D게임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기존 휴대폰은 3D가속칩을 탑재한 제품이 많지 않아 막상 3D게임이 나와도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 자연스레 3D게임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SNG)도 주목받고 있다. 소셜 네트워크 게임은 이용자가 친구나 지인과 함께 게임을 즐기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인간관계를 형성하도록 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이미 북미 지역에서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증강현실도 더욱 발전할 전망. 현실을 무대로 해서 게임 캐릭터를 조정하거나 운전, 비행 등을 해보는 등 여러가지 형태의 '현실+가상' 게임이 가능해지는 것.
시드모바일 조효준 이사는 "스마트폰의 등장은 포화상태였던 모바일게임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앞으로 모바일게임 형태는 섣불리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무궁무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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