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야, 아파트 거실이야? 사무실의 진화

입력 2010-02-27 08:00:00

사무환경 "확 바꾸자" 움직임 활발

대상건축사사무소의 회의실은 복층 구조인데다 타원 원통형 구조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대상건축사사무소의 회의실은 복층 구조인데다 타원 원통형 구조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회사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답답함이 밀려온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책상과 비좁은 통로를 보면 가슴이 탁 막히는 느낌이다. 직원들의 표정도 그리 밝지 않다. 우중충한 사무실 분위기에 젖어들면서 자신도 모르게 좋았던 기분이 싹 가신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이 같은 느낌을 갖고 있을 터. 그만큼 우리나라의 사무실 환경은 열악하다. 일부에서 사무실 환경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다.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이런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양적 성장에 치우쳐 이 같은 영역에 큰 관심을 두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무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직장인 "사무 환경 만족 못해"

취업포털 커리어(www.career.co.kr)가 최근 직장인 1천674명을 대상으로 '현 직장 사무실 환경에 만족하는가'를 물은 결과, 70.8%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직장인 10명 가운데 7명은 현재의 사무실 환경에 불만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불만족스러운 항목(복수응답)으로는 61.8%가 '휴식을 취할 만한 장소가 미흡하다'를 꼽았다. 다음으로 '개방형 사무공간으로 인한 사적인 공간 부족'(45.1%), '환기 부족 등 지저분하고 건조한 사무실 공기'(37.6%), '컴퓨터 등 낙후된 사무기기'(30.5%), '좁은 책상 등 비좁은 업무공간'(23.0%) 순이었다.

불만족스러운 사무환경이 끼치는 영향(복수응답)은 '일하는 데 스트레스가 더해진다'가 67.5%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60.3%), '빨리 퇴근하고 싶어지고 야근 등이 꺼려진다'(35.4%), '사무실 환경으로 인해 퇴사 및 이직을 고려하게 된다'(31.1%), '안구건조증 등 지병이 생겼다'(26.8%) 등이었다.

사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복수응답)은 1위가 'CEO 등 임원진의 직원 대우에 대한 마인드'(65.2%)였고 다음으로 '근무 환경 개선에 투자할 비용'(47.3%), '청소 등 직원 개개인의 자발적인 참여'(22.8%), '사무실 위치 이전'(14.9%) 순이었다.

◆사무환경 투자도 미흡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무실 환경 조성 비용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조사도 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하면 겨우 7분의 1 수준이라는 것. 사무가구 전문기업 코아스웰 가구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직원 1인당 개인 사무 공간 조성 비용은 평균 100만원이었다. 미국의 경우 일반 직원 사무 공간 구성을 위해 쓰는 비용이 평균 5천500달러(약 700만원) 내외였고 유럽도 미국과 비슷한 680만원 정도로 조사돼 개인 공간이 넓고 사무 환경 수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또한 개인당 사무 환경 평균 비용이 47만엔(600만원) 내외였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미국의 경우 의자 가격이 700~800달러, 책상 및 캐비닛, 파티션 등이 4천500~4천700달러로 이는 고가의 시스템가구를 도입해 개인의 업무 집중도 및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균 50만~100만원을 투자하는데 일반적으로 10만~30만원대 의자와 40만~70만원대의 책상 및 캐비닛, 파티션 구성이 대부분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및 업무 효율성보다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싼 가격의 사무가구를 사용하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인식의 전환 필요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사무 환경을 바라보는 CEO의 기존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건축가협회 조영래 총무(원형건축 대표)는 "아직 대구는 건축의 4단계 가운데 1.5단계, 즉 양적 팽창을 어느 정도 충족하고 외관에 조금씩 눈을 돌리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사무 환경은 단기적으로 성과가 확 드러나는 영역이 아니어서 어찌 보면 사치라 여길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업무 효율성이나 직원들의 만족도, 창의성 등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대상건축사사무소 박종석 건축사는 "꽉 막힌 박스 안에 일렬로 죽 배치돼 생활하는데 어떻게 창의적인 발상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오겠느냐"고 지적했다.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사무실을 꾸밀 때 중간중간에 휴식 공간을 배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그런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 건축사는 또 "사무 공간을 의뢰할 때 서울은 직원들의 의견을 되도록 많이 수렴하는 반면 아직 대구는 CEO가 주도하는 편"이라며 "사무 공간을 사용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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