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진흥기금 자투리 지방몫에 집안 싸움

입력 2010-02-25 10:14:32

대구 19억 여원 배분 단체들간 잇단 이의제기

19억여원의 문화예술진흥 사업비 선정 결과를 놓고 대구 문화예술계가 시끄럽다.

일부 문화예술단체들이 대구문화재단에 사업비 선정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 사업비 선정 갈등은 대구는 물론 타 시도에서도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선정 갈등

대구문화재단은 12일 올해 문화예술진흥사업에 공모한 788건을 대상으로 심사한 결과 404건에 18억6천900만원을 지원키로 했다. 선정 기준은 사업계획 충실도, 예산편성 적절성,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업과 단체 집중지원 등이다.

하지만 일부 문화예술단체들은 사업비 선정 방식과 배분금액 등을 놓고 반발하고 있다. 실제 대구문화재단에는 '선정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등의 항의 전화가 매일 수십 통씩 걸려와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재단 직원들에게 '인맥을 동원해 재단의 예산지원을 끊겠다', '불을 질러 버린다' 등의 협박성 항의를 하거나 또 다른 단체들은 심사위원 명단 공개에다 3월 10일 예정된 '선정단체 설명회'에서의 항의 시위도 통보했다.

이번 사업비 지원은 심의 전부터도 말이 많았다. 일부 예술단체장들의 심사위원 위촉 요구가 거셌고, 심사위원으로 위촉해주지 않으면 심사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압력도 있었다.

기획사 등을 통한 사업계획서 대행, 이중 지원을 위해 다른 유사단체를 만든 경우, 예산 부풀리기 신청, 예전 신청서에 날짜만 바꾸는 등의 '눈 가리고 아웅'식의 사업 신청도 논란을 빚었다.

재단 역시 지원 단체의 예술 장르가 복잡하고 사업비 신청 건수가 788건에 달해 면접, 실연심사 등의 과정을 꼼꼼히 챙기기 힘든 측면도 있기는 하다.

이에 대해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100억원이 넘는 신청액을 모두 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첫 사업을 시작한 문화재단을 질타하기보다는 재단이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를 통해 좀 더 많은 단체에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지켜봐 달라"고 했다.

◆결국은 '돈'

700개가 넘는 단체들이 788개 사업에 '101억원'의 돈을 지원해 달라고 했지만 지원은 절반인 404건에 신청액의 20%에도 안 되는 돈이 나가게 됐다. 신청건수는 지난해에 비해 8%(59건)가 증가한 반면 사업예산은 2억원 정도 줄어 지원 금액이 너무 적다는 불만을 사고 있다.

대구문화재단의 이번 사업비는 대부분 문예진흥기금을 배분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와 대구시가 준 돈이다. 예술위의 지역협력형사업 예산은 시도의 인구 수와 예술인 수, 단체의 문예활동 건수, 시도의 재정자립도, 사업성과 평가 결과, 시도의 사업비 분담 정도 등을 평가해 배분한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은 재정자립도와 사업 능력이 앞서고, 문화예술 기반이 탄탄한 반면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시도는 예술위와 1대 1 이상을 원칙으로 한 '분담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재정 상황이 나빠 예산을 넉넉하게 분담할 수 없는 상태여서 중앙과 지방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해 지역협력형사업 예산 183억원 중 38.4%인 70억3천만원이 서울에 배정됐고, 2008년 무대공연작품제작지원비 50억원의 30%인 15억원이 서울에 지원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부산, 제주 등 지방 문화재단들은 예술위에 예산의 수도권 편중 지원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예산의 '지역 할당제'를 요구했다.

대구문화재단 원상용 문화사업팀장은 "문예진흥예산 갈등은 지방내 배분의 문제에 앞서 중앙과 지방간 배분 문제가 그 본질이다. 예술위의 기존 예산 배분 방식에선 중앙의 예산 편중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며 "지역 할당제 등 중앙의 배려가 절실하며 동시에 시도의 분담 예산 확대, 지역문화재단의 자체 예산 확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수준 향상 등도 동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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