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마지막 원시대륙…치열한 영토전쟁
남극은 주인 없는 땅이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원시대륙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원의 보고(寶庫)'라는 특수성 때문에 조용하지만 치열한 영토전쟁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남극은 전체 면적이 1천400만㎢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대륙으로, 지구 육지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남극 기지화 실태=중국보다 1.4배나 큰 면적이지만 소위 목이 좋은 '노른자위 땅'은 각국의 과학기지가 경쟁적으로 입점하는 등 사실상 남의 차지가 된 지 오래다.
실제로 우리나라 대륙기지 정밀조사단이 지난 10일까지 답사를 마친 서남극 케이프 벅스(Cape Burks)와 동남극 테라노바베이(Terra Nova Bay) 두 곳만 하더라도 사정이 녹록지 않음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케이프 벅스엔 폐기지이긴 하지만 1980년 러시아가 개소한 루스카야 기지가 건재하게 자리하고 있고, 테라노바베이 일대도 독일의 곤드와나 하계캠프와 이탈리아의 마리오 쥬켈리 하계기지가 운영 중이다.
극지연구소 김예동 대륙기지건설추진위원장은 "테라노바베이는 뉴질랜드가 자국의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라고 귀띔했다.
현재까지 남극에 자국의 영토가 있다고 공식 선언한 나라는 영국,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칠레 등 7개국. 하지만 남극조약에 따라 어느 나라의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남극에서의 영유권은 일절 유보되고 있는 셈이다.
남극은 1998년 남극환경보호 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오는 2048년까지 50년간 지하자원 개발이 금지되는 대신 과학적 연구 등 제한적 활동은 허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뿐만 아니라 신흥 강대국까지 남극 선점 경쟁에 앞다퉈 나서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 이면에는 각국의 복잡한 셈법이 깔려 있다.
극지연구소에 따르면 독일과 벨기에, 영국, 체코, 인도, 중국 등은 최근 남극에 기지 건설을 완료했거나 건설 중이다. 실제로 독일은 노이마이어Ⅲ 기지를, 벨기에는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기지를, 중국은 쿤룬기지를 각각 지난해 완공했다. 영국은 할리Ⅵ 기지를 오는 11월 개소할 예정이다.
◆주목받는 이유=남극 선점 경쟁이 본연의 과학적 연구 목적 외에 초기에는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를 염두에 둔 지하자원 확보 전쟁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최근에는 지구촌의 대체연료 개발 추세와 맞물려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생물자원 전쟁으로 무게중심이 급속히 옮겨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바이오프로스펙팅(Bioprospecting, 생물자원탐사)이 산업적 측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극지연구소 진동민 정책개발실장은 "극지생물에 대한 연구는 결빙방지 물질, 저온효소 등 신소재 개발에도 응용된다"면서 "극지에 서식하는 미생물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만든 인공혈액이나 인공장기, 인체 부동액 등이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나라가 남극 세종과학기지에 극지생물과 관련된 100여종이 넘는 식물 플랑크톤을 보관용기에 키우는, 일종의 극지 저온생물은행을 운영 중인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남극은 미래의 자원고갈과 맞물려 화석연료 자원확보 차원에서도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남극대륙에는 대규모 석탄자원이 매장돼 있다. 남극 해저에는 인류가 100년 정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와 천연가스 자원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남극엔 지구 담수의 68%에 달하는 수자원이 존재하며 철, 구리, 니켈, 금, 은 등 각종 지하자원도 풍부하다.
남극 선점 경쟁은 역시 돈과 직결된다.
일례로 중국은 지난해 1월 남극 최고점인 돔A(해발 4천93m)에 제3 기지인 쿤룬기지를 완공, 향후 10년간 하계기지로 운영키로 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는 최근 몇년간 예산이 매년 대폭 삭감되면서 남극기지 운영이 사실상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모두 29개국이 남극에 과학기지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미국, 러시아, 칠레, 일본, 중국 등 20개국이 40개 상주기지를 운영 중이다. 여름철에만 운영하는 하계기지도 무려 35개에 달한다.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들이 쇄빙선을 건조하거나 증설하는 것도 남극대륙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동남극 테라노바베이에서 부산일보 송현수기자 songh@busan.com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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