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삼성 관계 복원 빠를수록 좋다

입력 2010-02-12 11:01:34

어제 대구에서 열린 삼성그룹 창업자 호암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 기념행사를 계기로 대구와 삼성의 관계 복원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 기대 속에는 빈사 지경에 있는 대구경제의 회생을 위해 삼성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구와 삼성은 이병철 회장이 1938년 3월 중구 인교동에서 삼성상회를 창업한 이래 72년 동안 인연을 맺어왔지만 지난 2000년 삼성상용차 철수 이후 절연(絶緣) 상태에 있다. 이는 대구에 큰 손실로 작용했다. 삼성의 투자가 끊긴 데 따른 직접 손실은 물론 세계적인 기업의 발상지가 누릴 수 있는 브랜드 효과라는 무형의 자산의 손실도 컸다. 호암 탄생 기념행사에 대구시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너무 섣부른 기대는 곤란하다. 10여 년 이상 지속된 소원한 관계가 단박에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무엇보다 삼성은 기업이다. 기업은 이윤 창출이 최대 목표다. 결국 투자가 성공할 것이라는 판단이 서지 않으면 삼성은 대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투자 인프라 구축 없이 호암 탄생 기념행사 같은 정서적 접근만으로는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도 이젠 예전의 섭섭했던 감정을 털어내고 대구를 돌아볼 때가 됐다. 한때 삼성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대구시민은 여전히 대구가 삼성이라는 세계적 기업의 발상지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를 더욱 북돋우고 삼성에 대한 애정의 깊이를 더하는 길은 대구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다. 소원했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관계 복원은 긴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하지만 대구시민의 애정이란 정서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 만큼 차근차근 풀어가면 의외로 빨리 상생의 길로 들어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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