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소방 제조업 등 실용로봇 우선 육성
정부가 21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의 최종 설립지로 대구를 선정했다. 그동안 로봇산업진흥원을 유치하기 위해 인천, 대전, 안산, 마산 등 전국 8개 지자체가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전국 최다 로봇기업이 있는 안산과 로봇랜드가 있는 인천·마산 등의 경쟁자를 누른 대구의 비결이 뭘까?
◆대구가 로봇 최적지!
이날 지식경제부는 대구가 로봇산업진흥원 우선 협상지역으로 선정된 이유로 '로봇산업 성장 잠재력이 매우 뛰어난 점'을 들었다. 로봇산업은 크게 인식, 제어, 통신, 구동 등의 기술이 핵심요소인데 대구에 이 분야 연관산업이 집중돼 있어 산업의 조기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식기술은 센서공학 기술 ▷제어기술은 메카트로닉스 및 반도체 산업 ▷통신기술은 모바일 산업 ▷구동기술은 자동차 부품소재 및 2차전지 산업 등이 필수인데 대구에는 이 분야 산업이 잘 발달돼 있어 최적지라는 설명이다.
김영무 대구시 기계자동차과장은 "지역에는 로봇 전문 연구기관과 대학의 로봇학과가 많은데다 IT 및 임베디드 S/W, 모바일, 센서공학, 메카트로닉스, 디스플레이 등 로봇 관련 산업이 잘 발달돼 있다"며 "또 제조용 로봇 수요가 많은 자동차 산업(울산), 조선 산업(거제), 전자 산업(구미), 철강 산업(포항)이 집적된 영남 지역의 지리적 중심에 위치해 수요지향적 산업 육성에 매우 유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구에는 경북대 로봇산업진흥센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실용로봇연구소, 대구기계부품연구원 지능로봇연구팀, 포항지능로봇연구소 등 로봇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R&D 기반이 잘 구축돼 있다. 또 지난해 6월 경북대에 로봇공학 대학원 과정(석·박사)과 전자전기컴퓨터학부에 로봇전공트랙이 설치됐으며,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도 로봇 관련 학과가 2011년(석·박사), 2012년(학사)에 잇따라 개설될 예정이다.
◆로봇도시 대구 만든다.
대구시는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를 계기로 ▷국내외 로봇 네트워크 강화 ▷On-line 로봇 동향 DB 구축 운영 ▷방재로봇 시범 보급 사업 지속 확대 추진 ▷제조용 로봇 수요조사 실시 ▷로봇 관련 부품 표준화 및 인증체계 구축 ▷로봇 디자인 및 특허 경진대회 개최 등의 로봇 정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필구 대구시 신기술산업국장은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유치로 대구 로봇산업 육성 전략이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보게 됐다"며 "앞으로 신기술 개발 촉진과 로봇산업의 조기 활성화를 통해 지역 기업의 매출 증대 및 고용 창출은 물론 세계 로봇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또 "구인난에 허덕이는 3D업종에 알맞은 실용 로봇을 우선적으로 개발하는 등 단기적으로는 중소기업 지원 로봇 육성에, 중장기적으로는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와 연계한 의료 서비스 로봇과 방재도시 대구에 걸맞은 소방방재로봇 등 당장 상용화가 가능한 분야를 활성화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로봇산업의 방향은?
지역 로봇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로봇산업 정책 로드맵으로 '제조용 로봇'과 '실용화 로봇'을 집중 개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로봇 선진국인 일본이 이미 지능형로봇과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뛰어넘을 수 없는 기술력을 지닌데다 미국의 경우 국방과 우주 분야 로봇산업을 특화한 만큼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대 로봇산업진흥센터 이충원 센터장은 "우리나라 로봇 기술력은 전세계 5위권이지만 일본과 미국의 로봇 역사를 단기간에 따라잡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당장 수요처가 많은 제조용 로봇을 육성해야 향후 미국과 일본의 로봇산업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전한 일화 하나. 지난해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인 로봇박람회를 참석한 이 교수는 행사 기간 내내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로봇이 던진 공을 로봇이 배트로 치는 시연회를 하고 있었던 것. "깜짝 놀랐어요. 일본의 로봇기술이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이처럼 빠를 줄은 몰랐어요. 로봇이 행동에 반응하는 기능을 갖춘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지요."
두 번째 일화. 지난해 만난 일본 오사카대 한 교수가 "일본은 2050년쯤 로봇 대 인간이 대결하는 축구 월드컵을 연다는 목표로 로봇산업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무섭습니다. 인간 대 로봇의 축구 경기를 현실화하겠다는 의미인데, 지금처럼 로봇이 딱딱하다면 축구 경기 중 인간에게 부상을 입힐 가능성이 크지요. 인간이 다치지 않는 아니 인간과 거의 유사한 로봇을 만들겠다고 나선 일본은 이미 저 멀리 앞서 나가 있더군요."
그래서 이 교수는 "지역 로봇산업의 방향은 1단계로 중소기업 지원로봇인 제조용 로봇이 우선"이라고 했다. "일단 수요처가 안정적인 분야에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로봇을 선점해야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강점 분야인 소방방재 로봇과 의료용 로봇으로 점차 확대시켜나가야 합니다."
DGIST 안진웅 실용로봇연구소장은 "대구 로봇 전략으로 실생활에 활용 가능한 로봇융합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등 실용로봇의 육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지난주 일본 도쿄소방청 초청으로 지역 업체가 개발한 소방로봇을 들고 갔는데 일본 관계자들이 깜짝 놀라더군요. 로봇의 쓰임새가 많아 관심도가 높았어요. 특히 이 로봇을 지진이 많은 일본의 특성상 하수관 파열을 조사하는 검사로봇으로 쓰겠다고 했어요."
안 소장은 "로봇산업은 전 세계적으로 아직은 초기 단계에 있어 육성전략만 잘 갖추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우리는 조기에 산업화할 수 있는 사회안전 로봇(소방방재·국방), 제조 로봇, 생활지원 로봇(의료서비스) 등의 실용로봇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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