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2010년 출판시장은 '전자책(e-book)'이 화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나 전자책이 넘어야 할 장벽은 높고 많다.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되면 비싼 종이 재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영세 출판사의 약진을 기대할 수 있다. 책값도 떨어질 것이다. 따라서 유명 작가의 책뿐만 아니라 일정 부수 이상 판매를 담보하기 힘든 책들도 다양하게 출간될 수 있다. 또 책값이 떨어지고 판매가 늘어난다면 저작자와 출판사, 독자 모두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전자책의 미래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우선 종이책도 읽지 않는 독자들이 전자책을 읽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존의 종이책 독자들이 전자책으로 옮아갈 뿐 독자층 자체가 두터워지는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적든 많든 '비용 낭비'만 초래할 수도 있다. 이것저것 다양한 책들을 출간하느라 영세 출판사에게 기회가 아니라 오히려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전자책을 읽으려면 리더기가 필수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이 여기에 적극 나서고 있음을 지난 주 출판 이야기를 통해 확인했다. 문제는 이통사가 전자책 출판과 판매에 중요한 키를 쥘 경우 상업 자본의 생산 자본(출판사, 저작자) 장악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서비스에 목숨을 거는 상업 자본의 생산 자본 장악은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이익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가 받는 이 혜택은 고스란히 생산자에게 전가된다. 결국 상업 자본의 과도한 요구와 압박으로 생산 자본이 흔들리고, 출판사들은 다양한 제품(다양한 책)의 생산을 포기할 수도 있다.
수익 분배에 관해서는 모바일 음악시장의 예가 선례가 될 수 있다. 음반사는 이통사의 힘에 밀려 매출의 40%에도 미치지 않는 조건으로 수익을 배분받는다. 출판에도 이런 비율이 적용될 경우 출판사는 전자책 출판권을 이동통신사에 넘길 이유가 없다. 아예 종이책으로만 생산, 판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전자책의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불법 복제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차단할 것이냐도 관건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베스트셀러 100권 중에 10권 정도만 디지털화 돼 있다. 비싼 전자책 리더기를 구입했는데도 정작 읽을 수 있는 책 종류가 적은 것이다. 출판사들이 전자책 제작 권리를 쉽사리 풀지 않는 것은 불법 복제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불법 복제와 불법 유통이 시작된다면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음반시장의 불법 복제 경험과 단속을 통해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많이 향상돼 있지만 출판사 입장에서는 한 건이라도 불법 복제가 있다면 전자책 생산을 꺼릴 수밖에 없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