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발전전략 한순간에 물거품"…대구경북 공단 한숨

입력 2010-01-12 10:31:16

"15년 한을 이제 풀었는데 대구경북의 꿈이 사라질 판이다."

세종시를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조성한다는 정부 계획이 11일 발표되면서 대구경북 경제자유구역, 혁신도시, 국가산업단지가 공동화될 위기에 놓였다.

대구경북에 조성 중이거나 계획된 산업단지는 61곳, 8천600만㎡에 달하지만 기존 업체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세종시 사태로 알짜배기 '기업 유치'는 사실상 어렵게 됐고 이에 따라 대구경북의 미래 발전전략이 직격탄을 맞았다.

◆뒤늦은 산단 유치, 세종시에 발목 잡혀

정부가 3.3㎡당 30만~4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부지 공급에 세제 지원까지 내세우면서 삼성과 LG, SK와 한화,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세종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대구에 조성 중인 산업단지 땅값은 조성원가의 63% 정도를 손해보며 팔고 있는 대구테크노폴리스의 3.3㎡당 가격은 72만원에 이르고 내년 이후 분양 예정인 대구사이언스단지와 신서 첨단의료복합단지 등은 모두 100만원을 넘게 된다.

테크노폴리스 분양을 맡고 있는 LH공사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 중 하나가 수도권 근접 거리 위치라는 한국의 현실을 감안하면 세종시는 서울과 가깝고 땅값은 대구의 30% 수준에 불과해 기업들이 지역에 눈 돌릴 이유가 없다"며 "세종시가 대기업을 싹쓸이 유치하면 2, 3년 이상 유치 대상 기업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산업단지 곳곳에서 암초

구미지역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들이 친환경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 신수종 사업분야에서 세종시 투자를 결정, 이들 사업들을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삼고 있는 구미국가공단에 '세종시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세종시에 구미에 휴대전화 사업장을 둔 삼성이 2조500억원을 투입, 태양전지를 비롯해 연료용 2차전지, LED(발광다이오드), 데이터프로세싱 및 헬스케어 사업 등을 두며, 웅진케미칼 사업장을 구미에 둔 웅진그룹은 웅진에너지가 태양광 잉곳·웨이퍼 3공장과 시스템 공장을, 웅진케미칼은 첨단소재사업 공장을 각각 입주시킬 방침이다. 구미사업장이 있는 한화그룹 역시 세종시에 태양전지 생산공장을 비롯한 태양광 관련 소재산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배 구미상공회의소 사무국장은 "차세대, 신재생에너지 산업군이 향후 구미국가공단을 이끌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에 사업장을 둔 대기업들이 구미와 연관 있는 사업들을 구미 대신 세종시에 투자키로 해 구미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에 조성되고 있는 국가공단은 포항 동해면 일대의 블루밸리단지와 첨단산업 및 연구시설이 들어서는 연일읍 테크노밸리, 영일만항 배후단지, 구룡포 산업단지 등 2천만㎡ 규모에 달한다. 이는 기존 포스코 포항제철소 59만4천㎡와 포항철강공단 1천317만㎡보다 넓다.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되면서 포항 투자를 계획하고 있던 일부 기업들은 정부 눈치를 보며 투자를 꺼리고 있고 테크노밸리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포항지역 상공인들은 "세종시에 엄청난 특혜를 주며 기업입주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원안대로 추진된다면 포항을 비롯한 다른 산업단지는 그야말로 황무지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천 혁신도시에도 기업들의 입주신청이 전무하다시피하고 세종시의 각종 특혜지원책 발표에 따라 앞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천시 관계자는 "김천 혁신도시내 입주를 희망하는 공공기관과 산하기관, 기업체들이 세종시보다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도 올까말까 망설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안동 풍산읍 괴정리에 조성 중인 경북바이오산업단지도 세종시 영향을 받고 있다. 올 연말 단지 조성을 앞두고 본격적으로 기업유치에 나서야 할 형편이지만 세종시 논란이 시작되면서 진척이 거의 없다. 지금까지 4, 5곳의 기업체와 입주를 위한 접촉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마저도 새로운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다.

안동시 지역경제과 김재관 담당은 "세종시 경우 대기업 중심으로 입주할 것이기 때문에 경북바이오산업단지에는 바이오산업과 신소재를 중심으로 중소기업 위주의 기업유치 전략을 짜 지방공단 살아남기에 나서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김성우·이창희·이재협·이상원·엄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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