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한 플라스틱 필름 전문 제조업체 A사. 이 회사는 요즘 올라가는 원자재 가격 탓에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필름 원재료를 국내 대형 석유화학업체로부터 받아오는데 지난달 가격이 한차례 오른 데 이어 이달 또다시 값이 오른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
"지난달 t당 가격이 5만원 오르더니 이달엔 또다시 10만원쯤 올린다고 합니다. 국제원유가격이 오르니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신년 벽두부터 너무 힘이 듭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허탈해했다.
#내수 판매는 전혀 없고 100% 수출만 하는 대구의 섬유업체 B사. 이 회사는 요즘 달러값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아무리 못돼도 1달러값이 1천200원쯤은 돼야 이익이 남는데 환율이 벌써 이 밑으로 내려와버린 것이다.
"1천150원 밑으로 내려가면 밑지는 장사를 합니다. 그런데 요즘 환율은 마지노선을 이미 넘어가고 있어요. 일본에 물건을 주면 일본 사람들이 요즘 엔화 대신 달러를 주는데 내리는 달러값 때문에 큰 걱정입니다."
모든 원자재 가격의 기초가 되는 유가가 급등하고 금리마저 뛰는 가운데 수출업체들의 수익성을 좌우하는 달러값이 최근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플러스 성장률을 바라보는 2010년 벽두, 3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치면서 산업현장의 하늘에 다시 먹구름이 일고 있다.
◆원자재 가격·대출금리 급등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는 5일 기준으로 배럴당 79.92달러에 거래되면서 80달러대에 육박했다. 지난해 유가가 가장 낮게 내려갔던 2월 19일(배럴당 40.10달러)과 비교하면 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2000년 이후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2%포인트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했다. 유가가 10달러만 올라도 60억~70억 달러의 경상 적자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름값뿐만 아니다. 국제 상품 선물시장에서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요동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일(현지시간) 거래된 3월 인도분 구리 가격은 전날에 비해 2.4% 상승하면서 2008년 8월 이후 최고가인 파운드당 3.4945달러를 기록했다. 구리 가격은 최근 2주 동안 무려 12%나 올랐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된 알루미늄의 가격은 3.3% 상승해 지난 15개월 새 최고가인 t당 2천377달러로 올랐다.
은행권 금리도 최근 들썩거리고 있다. 국민, 우리 등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를 이번주 지난주보다 0.01~0.07%포인트 올렸다. 이에 따라 2008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연 4.82~6.65% 선을 형성 중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은 대출을 안고 있는 기업들에게도 '이자 폭탄'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대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중소기업의 연간 이자 부담이 2조6천억원 정도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밑지고 수출할지 몰라요
1달러값은 7일을 기준으로 1천135원까지 내렸다. 1달러값은 올 들어 3거래일간 무려 28원이나 내렸다. 외환당국의 기존 환율방어선인 1천150원이 무너진 데 이어 1천140원도 깨졌다.
달러값이 내려가면 수출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결국 대구경북을 비롯한 우리나라 수출 중소기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11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누적 흑자는 411억5천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고치였던 1998년의 403억7천만달러를 넘어섰다.
환율이 상당기간 1천170원 이상 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출 경쟁력을 높여준 덕분이다. 하지만 올초 환율이 1천130원대로 급락하면서 올해는 큰 폭의 경상 흑자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경상흑자가 43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지만, 올해 경상흑자는 60% 이상 줄어든 17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의 단기변동성이 커진 만큼 1분기 내 1천100원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원화가치와 금리, 유가가 모두 오르는 '3고 현상'이 과거보다 심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의 3고 현상이 과거 2005~2007년 때보다 더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