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들여다 보기]아역이 뜨면 드라마도 뜬다

입력 2010-01-07 11:09:24

요즘 '지붕 뚫고 하이킥'의 해리(진지희 분)와 신애(서신애 분)의 연기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성인 연기못지 않은, 아니, 오히려 성인 연기자를 능가하는 캐릭터 흡입력과 연기력을 보인다. 덕분에 MBC 연예대상에서 서신애와 진지희는 사이좋게 아역상을 나눠 가졌다. 두 연기자들은 요즘 '뜨는 아역 스타' 1호다.

서신애는 착하고 순박한 캐릭터를, 진지희는 '빵꾸똥꾸야'를 유행시키며 버릇없고 당돌한 연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패러디하는 장면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연기. 장서희와 김서형 역을 아이들만의 연기로 다시 재현하면서 박장대소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확실한 캐릭터를 똑 부러지게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이야말로 드라마의 감초 같은 존재다.

'아역이 뜨면 드라마도 뜬다'는 말은 어느새 드라마의 공식처럼 되었다. 연기 잘 하고 호감 가는 아역 배우 한명의 몫은 스타 성인 배우 못지않다. 탄탄한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극에 활력을 넣어주는 동시에 시청률 견인에도 한몫 담당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역의 당찬 연기와 달리 바통을 이어받은 성인 연기자가 미숙한 연기력을 보여 지적을 받으며 성인 연기자의 미스 캐스팅에 대한 논란을 낳기도 한다.

드라마 초반에 아역 배우들이 얼마나 시청자의 눈길을 잡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운명도 어느 정도 결정된다. 극 초반에 강한 흡입력을 보여줘야 극 전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

드라마 '선덕여왕'은 아역의 영향력이 대단한 드라마였다. '선덕여왕'이 본격적인 성인 연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시청률 30%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어린 덕만 역의 남지현의 공이 컸다. 천연덕스러운 남지현의 연기는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는 동시에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현재 시트콤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세경 역시 '선덕여왕'에서 천명공주의 아역으로 주목받았다. 차분하고 단아한 외모로 성인 연기자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린 것. 남지현과 신세경은 고현정에 뒤지지 않는 연기로 시청률 30% 돌파에 공헌했다

역시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 출연 중인 서신애는 드라마 '고맙습니다'로 단번에 아역스타로 뜬 케이스다. '고맙습니다'는 자극적인 내용은 물론 눈에 띄는 스타 배우도 없었다. 하지만 당시 시청률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서신애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깜찍한 외모가 한몫했다. 이후 서신애는 각종 드라마 및 영화는 물론 광고계까지 진출하며 아역 스타로 발돋움했다. 요즘은 시트콤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면서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역배우로 국민 여동생이 된 문근영,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안정적인 연기생활을 이어온 배우들이다.

문근영은 KBS 2TV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등장한 후 연이어 '명성황후'에서 이미연의 아역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이후 그는 영화 '어린 신부'와 '댄서의 순정'을 통해 국민 여동생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어 SBS '바람의 화원'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성인 연기로 아역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영화 '집으로'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MBC '태왕사신기'의 배용준 어린 시절 역으로 주목을 받았고 SBS '왕과 나'에서는 고주원의 아역을 맡았다. 국민 남동생으로 떠오른 그는 영화와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현재 방송 중인 KBS 2TV 월화드라마 '공부의 신'의 주연으로 출연 중이다.

아역 배우들은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아역 배우들이 연기자의 거목으로 커나갈지 기대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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