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구기자(枸杞子)

입력 2009-12-30 11:43:58

독성 없어 차나 술로 많이 이용…수험생 머리·눈 맑게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홀어머니 두고 시집 가던 날/ 칠갑산 산마루에…."

칠갑산이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은 가수 주병선의 노래 때문일 것이다. 콩밭 매는 아낙네의 한이 골골이 서려 있다는 칠갑산은 충남 청양에 있다. 산세가 깊고 일조량이 풍부하며 배수가 잘 돼 밭 작물이 잘 자란다. 특히 청양고추가 널리 알려져 있는데 구기자의 주산지가 청양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구기자는 청양에서 전국 최초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전국 재배 면적의 60%,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엔 전남 진도와 해남 등지에서도 많이 재배된다. 청양은 2000년부터 청양고추구기자 축제를 열고 있으며 2006년 9월에는 고추구기자 특구로 지정됐다.

◆탱자나무'버드나무와 비슷해

가지과 식물인 구기자나무의 성숙한 열매를 한약재명으로는 구기자(枸杞子), 첨채자(甛菜子) 등으로 부른다. 여름부터 가을에 걸쳐 성숙한 것을 채취해 말려서 사용한다. 구기자나무의 뿌리 껍질을 한약재명으로 지골피(地骨皮)라 하는데 입춘과 입추 후에 뿌리껍질을 벗겨서 사용한다.

구기자나무는 가시가 탱자나무(枸)와 비슷하고 줄기는 버드나무(杞)와 비슷해 두 글자를 합쳐서 구기(枸杞)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향약집성방 보유편에 따르면 구기자의 이름은 5가지이다. 봄에는 천정(天精), 여름에는 구기(枸杞), 가을에는 지골(地骨), 겨울에는 선인장(仙人杖) 또는 서왕모장(西王母杖)으로 기록돼 있다.

동의보감은 "구기자의 맛은 달고, 성질은 평하며, 허로를 다스리고, 근육과 골격을 강하게 하며, 정기를 보하고, 안색을 좋게 하며, 눈을 밝게 하고, 정신을 안정시킨다. 봄과 여름에는 어린 잎을 채취하고 가을에 줄기와 뿌리, 열매를 채취한다. 오래 먹으면 몸을 가볍게 하고 익기(益氣)한다. 지골피는 도한(盜汗'잠잘 때 나는 땀)과 골증(骨蒸'결핵 등의 만성 소모성 질환)을 다스리고 기열(肌熱)과 소갈을 다스린다"고 말한다.

한의학적으로 구기자는 눈을 밝게 해 주는 효능이 있다. 머리와 눈 어지러움, 시력 감퇴, 허리'무릎 통증, 정력감퇴, 소갈 등의 증상을 치료한다. 또 구기자를 오래 복용하면 신체를 튼튼하게 하고 추위와 더위에 잘 견디게 해 준다.

◆눈 밝게 해줘

구기자는 예부터 대부분의 한약 처방에 사용되는 중요한 약재다. 독성이 없기 때문에 차나 술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다. 수험생의 경우 차로 오래 복용하면 머리와 눈을 맑게 할 수 있다.

약리학적으로 비타민 B와 C를 많이 함유해 항산화 작용이 있다. 노화방지와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베타인(Betaine) 성분은 간기능을 개선하고 시력을 보호하며 혈당과 혈압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 알칼리 성분의 약재로 인체의 산성화를 막고 면역력을 높여준다. 또 루틴(Rutin)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 필수지방산인 불포화지방산을 함유하고 있어 콜레스테롤을 강하시키고 간세포에 지방이 침착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으며 간세포의 생성을 촉진한다.

그리고 지골피(地骨皮)는 맛이 달고 성질은 차다. 발열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있다. 폐결핵이나 천식이 잘 낫지 않고 토혈(吐血)하거나 미열(微熱)이 있는 경우, 잠을 잘 때 땀을 흘려 속옷이 젖는 경우나 소갈증이 있는 경우 그리고 자주 코피를 흘리는 경우에 응용할 수 있다.

구기자나 지골피는 감기나 염증성 질환 등으로 열이 있는 급성기인 경우에 복용하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으며, 소화기가 약하거나 속이 냉하여 변을 묽게 보는 사람은 설사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복용을 삼가는 것이 좋다. 체질적으로 보면 소양인에게 좋은 약재인데 소양인 중에서도 허약하고 마른 사람이 먹으면 좋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 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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