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설화 중에는 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데 그 중 호랑이가 단연 많다. 호랑이는 웃음과 교훈을 주는 동물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탐욕스럽거나 어리석은 모습으로도 등장한다. 호랑이는 한'중'일 문화권에서 설화 속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데 그 중 한국이 으뜸이다. 오죽했으면 최남선은 호랑이야말로 조선인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동물이라고 칭하면서 '조선은 호담국(虎談國)이라고 주저없이 말했다고 한다.
'十二支神(십이지신) 호랑이'는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지식인들이 호랑이를 소재로 풀어놓은 인문학 서적이다. 이어령 선생이 책임편집을 맡았고, 각국의 학자들이 호랑이 설화를 분석한다. 단연 한국 설화 속 호랑이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지만, 중국의 그것과도 많이 닮았다. 은혜를 입으면 보답하고, 사리에 밝다. 가끔 용맹함만 믿고 어리석음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이 또한 밉다기보다 친근하다. 일본의 경우 호랑이(토라)가 등장하는 설화는 매우 빈약하다. 일본의 대문호 아쿠다가와조차 호랑이 얘기를 해달라고 조르는 어린 아들에게 지어낸 얘기를 들려준다. 문학적 상상력의 측면에서 이런 호랑이가 없음은 일본 문학에 큰 불행이 아닌가 저자는 말한다. 경인년(庚寅年) 호랑이 해를 맞아 읽어보면 흥미로울 듯하다. 324쪽, 1만5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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