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이름 함부로 못쓰게 한 글자로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MBC 월화 사극 '이산'은 조선 22대 임금 정조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였다. 드라마 제목인 '이산'은 바로 정조의 이름이다. 정조의 예처럼 조선시대 임금의 이름은 거의 대부분 외자였다. 1대부터 27대까지 임금의 이름을 살펴보면 이름이 두자인 왕은 소수에 불과하다. 4대 임금 세종대왕의 이름은 '도', 5대 임금 문종의 이름은 '향'이었다. 또 10대 왕 연산군의 이름은 '융', 11대 왕 중종의 이름은 '역', 18대 왕 현종의 이름은 '연', 19대 왕 숙종의 이름은 '순', 20대 왕 경종 이름은 '윤'이었다.
특이한 것은 왕의 이름이 두글자인 경우가 건국 초기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2대 임금 정종의 이름은 '방과', 3대 임금 태종의 이름은 '방원'으로 이들의 이름이 두자인 이유는 모두 태어날 당시 왕족이 아니라 일반인이었기 때문이다.
태어날 당시 이름이 두자였던 왕의 경우 대부분 왕위에 오른 뒤에는 외자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왕위에 오른 뒤 '단'으로 이름을 고쳤다. 또 26대 왕인 고종의 경우 원래 이름은 '재황'이었으나 왕위에 오른 후 외자 이름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예외가 있었다. 바로 6대 임금 단종이다. 단종은 문종의 적장자로서 당연히 왕위 계승이 예상되었지만 이름은 외자가 아니라 두글자(홍위)였다. 왕이 된 이후에도 개명을 하지 않았다. 일설에 따르면 한 글자로 이름을 붙일 경우 단명한다고 해서 두 글자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단종은 단명했다.
그러면 임금의 이름에 유독 외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시대에는 왕의 이름을 민간에서 함부로 쓰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뿐 아니라 공식적인 문서에서도 왕의 이름과 동일한 한자를 사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것을 피휘라 한다. 민간의 어려움과 불편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왕의 이름을 1자로 했다. 두 글자로 이름을 지으면 피휘할 글자가 두개나 되기 때문이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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