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국회의원 '서울선 내 집, 지역선 전·월세'

입력 2009-12-10 09:33:48

지역국회의원 27명 주거형태 조사

'수도권에는 내 집, 대구·경북엔 전·월세 집'

지역 국회의원 27명 중 절반이 넘는 14명이 서울·경기지역에 자기 집을 소유한 반면 대구·경북에는 전·월세를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개별조사한 결과 수도권에서 전·월세로 살면서 대구경북에 자기 집이 있는 경우는 3명에 불과했다.

두 지역 모두 '자가'(自家) 형태로 집을 소유하고 있는 의원은 6명, 두 곳 모두 전·월세 형태로 살고 있는 의원은 2명이었다. 서울에 자기 소유의 집이 있으나 지역에는 형제·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의 집에 거주하는 경우도 2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 가격이 지방에 비해 훨씬 비싼 수도권에서 주택을 소유하다보니 집값만 해도 최대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대구경북 소재 주택 가격은 고작해야 몇천만원에서 1억원 남짓이었으나 수도권에 소유한 주택은 최소 2억원에서 높게는 10억원대로 나타났다. 지방에 있는 거처는 지역구를 방문할 때 잠시 기거하는 20평 남짓 전·월세 집이 태반이어서 이 같은 격차를 보인 것이다. 대부분의 의원들은"의정활동 등 시간관계상 지역에는 며칠씩만 머물다보니 굳이 집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여'지역 국회의원'이라는 의미를 무색케 했다.

지난 18대 총선 때 급작스레 대구에 출마한 홍사덕 의원의 경우 서구 내당동에 보증금 1천만원, 월세 30만원의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두고 있다. 배영식 의원은 경기도에 집을 갖고 있으나, 지역구인 대구 남구에서는 전세를 살고 있다. 대구의 이한구(수성갑)·주호영(수성을)·주성영(동갑)·유승민(동을)·서상기(북을) 의원도 모두 전세 형태로 각 지역구에 적을 두고 있었다. 서 의원은 "대구 토박이라도 서울에 머무르는 기간이 많아 전세 형태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경북의 경우 최경환(경산·청도)·정희수(영천)·김광림(안동)·정수성(경주)·성윤환(상주)·이철우(김천)·강석호(영양·영덕·봉화·울진) 의원 등 7명이 지역의 저렴한 집값에도 불구, 전세형태로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수도권과 지역에 모두 집을 소유한 의원은 모두 6명으로 박근혜(달성군) 의원의 경우 서울 삼성동에 오래된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대구 지역구인 달성 화원에 10년 전 당시 7천만원 상당을 주고 산 아파트가 있다. 대구로 내려올 때면 이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이상득(포항남·울릉군) 의원 역시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으며, 포항에도 구입한 지 20년 된 자택이 있다. 박종근(달서갑)·김성조(구미갑)·장윤석(영주)·이한성(문경·예천) 의원도 마찬가지 경우다.

반면 지역에 무게중심을 둔 의원은 3명이었다. 이인기(고령·성주·칠곡) 의원은 서울 여의도에 월세 형태로 기거하고 있으며, 대구에는 부인과 자식들이 생활하는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또 지역구인 칠곡군 왜관읍에 자가형태로 본가(本家)가 있다. 이명규(북갑) 의원 역시 대구에는 수십년째 자가 아파트가 있으며, 서울에는 방 2개짜리 작은 월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병석(포항북) 의원도 서울에는 전세 아파트, 지역구엔 자가 아파트 형태로 거주하고 있다. 이병석 의원 측은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의외로 형편이 좋지 않아 값비싼 주택을 여러 곳에 둘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특이한 케이스도 있었다. 초선의 조원진(달서병) 의원은 서울 동여의도에 보증금과 월세를 주는 전세 아파트에 살고 있으며, 대구 지역구에도 1억원가량의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른바 무주택자다. 정해걸(군위·의성·청송) 의원도 의성에 있는 집을 팔았으나 서울에서 자가를 사지 못해 전세 아파트를 얻어 거주하고 있다. 지역구인 의성에 오면 아들 집에서 머무른다고 한다.

이 밖에도 김태환(구미을) 의원은 서울에 자택이 있었으나 구미에서는 집안에서 대물림해오는 학교 사택을 쓰고 있었다. 김 의원 측은"본인 명의는 아니지만 사는 데 불편함이 없어 따로 자택을 구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해봉(달서을) 의원 역시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지만 대구에 내려오면 칠순이 넘도록 독신으로 지내는 형의 집에 머무른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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