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지역건설업계 육성, 혁명적으로

입력 2009-12-02 07:38:14

최근 충원이 필요해 입사지원을 받은 적이 있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고 취업이 어렵다는 뉴스를 수시로 접하는지라 어렵지 않게 좋은 인력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건설업의 특성상 전문분야에 대한 경력을 가진 인재 확보가 필요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대구에서 상위랭킹에 속하는 우리기업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중소업체의 경우 사람 찾기란 얼마나 힘이 들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눈이 초롱초롱한 지역 대학 졸업생들은 거의 서울경기 등의 대기업으로 몰리고 있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결과이다. '기업=사람'이라는 말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오늘 같은 지식정보화 시대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재 확보이다. 삼성그룹이 오늘에 있기까지 성장한데는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이라는 철학이 주효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삼성은 지금도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기업설명회를 갖고 심지어 S급 인재에 대해서는 전용기까지 동원해 모셔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대부분의 대구 기업들에겐 피안의 얘기로 들리고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다.

그러면 왜 지역대학생까지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려하는 것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기업 자체의 규모가 영세성을 면치 못한데다,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 수도권보다 열악한 생활환경 등 이유가 수도 없이 많다. 그 중에서 취업희망자들은 대구에는 자기계발에 필요한 인적네트워크가 없다는 것을 들고 있다. 똑같이 졸업하고 같은 규모의 기업에 입사 했더라도 5년이 지나면 수도권과 대구에 근무하는 사람은 실력차가 현격히 난다는 이야기다. 서울에는 특히 다양하고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 많아 생활에 끊임없이 자극이 되어 자기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반면 대구는 소위 시골스러울 정도로 일상적인 업무의 반복으로 발전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원자력발전소, 댐건설, 각종 플랜트 등 대형공사를 접할 수 있지만 지역에선 고작 도로나 아파트 공사에 머물고 있으니 새로운 실력을 배양할 기회가 적은 실정이다. 결국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역건설업이 커야 한다. 그러나 말만 균형이다, 지역건설업 육성이다 하고 있지만 현실에 들어가선 공염불에 지나는 경우가 많다. 지난주 대구지역경제동향 보고에서 대구 건설업의 활성화 방안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이미 보도된 내용이지만 이 기회에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알다시피 대구건설업은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경기침체로 인해 미분양 아파트 등 민간공사가 거의 끊긴 상태에 있고 관급공사마저 외지 업체가 발주금액 면에서 80% 이상 가져가고 있다. 생존을 위해 난립된 업체들은 덤핑을 불사, 일을 해도 막대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지역의 관급공사 발주내역을 보면 지난해 경우 건수는 58%나 달하고 있지만 공사금액 면에서는 72%가 타지역 업체가 차지했다. 관급공사 중 대구시에서 발주하는 공사는 대구업체가 그나마 건수나 금액면에서 57% 이상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이 발주한 공사의 경우 건수는 시와 비슷할지는 몰라도 수주금액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지역구간에서 발주된 4대강 사업의 경우도 지역 업체 참여 비중이 타 지역은 40% 되는 곳도 있지만 대구업체는 20%밖에 지나지 않다. 이마저 4, 5개 업체가 5%선에서 분할하고 있다. 5% 참여는 그냥 이름만 걸어놓고 이익이 날 경우 지분만큼 나눠주겠다는 대형업체들도 있어 기술축적을 위한 실제 공사 참여는 성의조차 못내는 경우도 많다. 적은 비중이지만 컨소시엄 참여를 위해 온갖 연줄을 동원해야 하고 설령 참여한다 하더라도 낙찰되지 않으면 수억원에 이르는 설계비(전체 공사금액의 5%정도)를 일부 부담해야 한다. 설계에서 시공까지 일괄 도급하는 턴키베이스공사가 나오면 지역 업체 임원들은 대형건설사 사무실에 문지방이 닳도록 다녀야 하고 문전박대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서글픈 현실이다. 대구에 국가산업단지, 첨담의료복합단지 등이 지정돼 건설물량이 많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으나 '세종시 블랙홀'로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비중이 15%나 되는 건설업 육성이 가장 앞서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관급공사의 과감한 지역 업체 발주가 혁명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말만이 아닌 실질적인 육성을 위한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조종수 대한건설협회 대구시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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