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좋은 소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5.5%로 전망했다는 것이다. 글로벌 경제 위기의 긴 터널을 허덕허덕 걸어온 국민들로선 "오호!" 하고 탄성이 나올 만한 장밋빛 뉴스다.
우리 경제에 대한 회복 기대감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커져왔다.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초여름 3.3%에서 한여름 3.8%, 다시 가을께에는 4.2%로 상향 조정했다. 여기에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등은 최근 한걸음 더 나아가 5.0%로 높였는데 급기야 KDI가 성큼 올린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3.2%, 국제통화기금 3.6%, 삼성경제연구소 3.9% 등 낮은 전망치를 예상한 곳도 없지 않지만 KDI의 '담대한' 예상에 힘입어 이들도 잇달아 전망치를 높일 게 분명하다.
사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좋은 경기 회복세를 보여 왔다. 올해 OECD 30개 회원국의 경제성장률이 -3.5%로 예상되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0% 후반대, 잘하면 0.2%라는 플러스 성장까지 기대하고 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3.4%, OECD 30개 회원국 전망치가 1.9%이므로 우리나라 경제가 빠른 V자형 회복세를 그리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물론 이웃나라 중국이 올해 8% 이상, 내년 9%대 중반으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은 열외로 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와 낙관적 전망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1%는 7만 명 안팎의 일자리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매년 쏟아져 나오는 50만 명 이상의 대졸자를 감당하려면 7%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7% 성장, 4만 달러 소득, 세계 7위 경제라는 이른바 747 공약도 정치적 구호의 성격이 더 강했다고 보지만, 이런 셈법에 조금의 기반은 두었을 터이다. 여기에 벌써 고용 없는 성장에 접어들어 고용창출력이 3만 명밖에 안 된다는 주장도 많다. 정부가 경제성장률 전망치라는 숫자만 믿지 말고 고용시장을 살려내야 국민이 경기 회복을 체감할 수 있다.
또 '경제 예측에서 적중하는 유일한 것은 그 예측이 빗나간다는 점'이란 풍자도 염두에 둬야 하겠다.
이상훈 북부본부장 azzz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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