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선 기쁨을 함께…장애우들과 '아름다운 동행'
"아직도 내게 슬픔이 우두커니 남아 있어요/ 그날을 생각 하자니 어느새 흐려진 안개/ 긴 밤을 오가는 날은 어디로 가야만 하나/ 어둠에 갈 곳 모르고 외로워 헤매는 미로/ 누가 나와 같이 함께 울어 줄 사람 있나요/ 누가 나와 같이 함께 따뜻한 동행이 될까/ 사랑하고 싶어요 빈 가슴 채울 때까지/ 사랑하고 싶어요 사랑 있는 날까지." 최성수가 부른 '동행'이란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처럼 아름다운 동행(同行)을 실천하는 단체가 있다. 7년째 고령에 있는 성요셉 재활원 장애인들과 함께 산행을 하는 경일대 산악회다.
아름다운 동행이 태동한 곳은 저 멀리 히말라야다. 2003년 경일대 산악회 단독으로 히말라야 원정에 나서 8,000m급 2개봉(가셔브럼1봉, 가셔브럼2봉)을 연속 등정했다. 대학 산악회로는 처음으로 연속 등정에 성공한 것. 원정 등반에 성공한 것은 주변의 많은 분들의 도움을 통해 이루어진 쾌거라 생각한 등반대원들은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돌려주기 위한 결심을 했고 아름다운 동행이란 행사가 만들어졌다.
7년째 중증 장애인들과 산행
경일대 산악회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동행에 같이 참여하는 곳은 성요셉 재활원. 이곳에는 110여명의 중증 장애인들이 있다. 경일대 산악회 회원들은 몸이 불편해 산행을 하고 싶어도 여건이 되지 않는 장애인들과 함께 7년째 산행을 같이하고 있다. 2003년과 2004년은 팔공산 가산산성, 2005년과 2006년은 비슬산, 2007년은 가산산성, 2008년에 비슬산, 올해엔 가산산성을 각각 오른 것이다. 오색 단풍 속에서 가을 정취를 마음껏 느끼는 산행을 통해 장애인들에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심어주고 있다.
7회를 맞은 올해 행사엔 경일대 산악회 회원 및 가족 60명, 경일대 재학생 40명, 대구학생산악연맹소속 산악인 10명, 로체청소년 원정대 25명을 비롯한 각 산악회 자원봉사자, 성요셉 재활원 자원봉사자 70명이 참여했다. 성요셉 재활원 장애인들을 도와 산행을 같이하고 산 정상에서 장기자랑 등을 하면서 따스한 정을 나눴다.
자원봉사자 참여로 규모 커져
박덕규 경일대 산악회 회장은 "아름다운 동행은 희망이라는 나무를 키워나간다는 데 큰 뜻이 있다"며 "우리 모두 아름다운 동행을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게 희망"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들이 산에 오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애인마다 많게는 3, 4명의 자원봉사자가 곁을 지키며 식사와 화장실, 산행을 도왔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2명의 봉사자가 앞에서 끌고 다른 2명이 뒤에서 밀며 힘겹게 걸음을 옮겼다.
박 회장은 "하루종일 함께 손을 잡고 걷다 보면 좀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장애인들의 순수함에 감동을 받는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작은 힘이나마 보탰다는 생각에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전문산악인 회원 우애도 남달라
경일대 산악회는 47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1963년 경일대 전신인 청구공전이 개교해 그해(1963년) 산악부가 발족했다. 대학 산악회 특유의 전통을 이어가며 전문산악인들 80여명이 모여 활동하고 있다. 2003년 대학교 산악회 단독으로 히말라야 8,000m급 2개봉 연속 등정과 산악회원들이 에베레스트, 초오유, 시샤팡마 등 8,000m 봉을 등정하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회원 간 우애도 남다르다는 평가다.
아름다운 동행은 처음에는 장애인 25명을 시작으로 하여 산악회원과 자원 봉사자100여명이 행사를 했으나 7회를 거치면서 산악회 60명 외에 각 산악회와 자원봉사자 18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행사가 점점 커져 외부에 많은 자원봉사자가 참석을 희망하고 서울 등 외지 회원들까지도 참석하여 정과 우의를 나누고 있다.
박 회장은 "행사 후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아쉬움을 장애인과 봉사자 모두 갖고 있다"며 "헤어지기 섭섭해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으며 재활원에 같이 가자고 하는 장애인들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진다"고 했다.
경일대 산악회 매년 대학생 산악부원이 배출되고 있는 만큼 아름다운 동행을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다. 회원 간의 신뢰와 믿음을 바탕으로 이 행사를 100회, 200회가 넘도록 열겠다는 얘기다. 또한 후배들을 훌륭한 전문산악인으로 양성하는 것은 물론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모두 등정하는 대기록 달성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대현 논설위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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