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생강(生薑)

입력 2009-11-12 11:17:29

오한'발열'두통'기침'코막힘 등 초기 감기 치료에 효능

전북 완주와 충남 서산지역을 차를 타고 달리면 황토밭에 대나무를 심어 놓은 것 같은 광경을 볼 수 있다. 바로 생강밭이다. 생강은 전라도와 충청도에서 우리나라 총 생산량의 90% 이상이 생산된다. 생강의 원산지는 동인도와 말레이시아로 추정되며, 중국에서는 2천500여년 전에 생강이 재배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사(1018년'현종 9년)에 생강 재배에 관한 내용이 처음으로 기재돼 있으며, 왕의 하사품으로 생강이 쓰였다고 기록돼 있다. 1천300년 전에 신만석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생강을 가져와 전북 완주군 봉동지방에 심은 것이 우리나라 생강 재배의 효시라는 이야기도 있다. 조선시대 3대 명주 중 하나인 이강주(梨薑酒)는 호남의 특산물인 생강과 배로 담근 술로 임금께 진상했다.

생강은 대개 9월에 출하가 시작돼 서리가 내리기 전인 11월 말까지 캐내는 것이 가장 싱싱하고 특유의 알싸함과 향긋함이 강하다고 한다. 요즘이 수확철로, 김장에 없어서는 안 될 '약방의 감초'다. 직접 섭취하는 일은 거의 없지만 음식의 감칠맛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생강의 뿌리를 갈아서 김치'빵'한과'카레'피클 등에 향신료로 사용하거나, 생강차와 생강주 등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올해는 장마가 길고 병충해가 심해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김장철을 앞둔 주부들의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다.

생강은 생강과에 속한 다년생 초본으로 신선한 뿌리줄기를 약재로 이용한다. 한방에서는 생강과 껍질인 생강피, 생강을 건조한 건강을 주로 사용한다.

생강은 맛이 맵고 성질은 따뜻하며 방향성 성분을 갖고 있다. 위점막을 자극해 위액 분비를 증가시켜 소화를 촉진하므로 건위제로 사용되고 있다. 혈액순환을 좋게 하며 체온을 상승시킨다. 또 발한 작용이 있어 찬 기운에 접촉해 오한과 발열, 두통, 기침, 코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초기 감기 증상에 사용한다. 위를 따뜻하게 해 구토를 멈추게 하는 효능이 뛰어나 차나 배를 오래 타 속이 메슥거리거나 멀미가 날 때 생강을 씹으면 진정된다. 또 해독작용이 있어 식중독을 일으키거나 게를 먹고 구토'설사를 할 때 효과가 있다. 따라서 생강은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에게 잘 어울리는 약재이다.

흔히 약방의 감초라고 해서 한약 처방에 감초가 많이 사용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추와 더불어 생강이 더 많이 사용되는 약재이다.

생강의 껍질을 생강피라고 하는데 껍질의 성질은 서늘하다. 수분대사를 활발하게 해 체외로 수분을 배출시켜 주는 효능이 있다.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체내의 수분조절이 잘 되지 않아서 얼굴이 푸석하게 부을 때, 소변을 잘 나오게 해 증상을 치료한다.

생강을 건조한 것을 건강(乾薑)이라고 한다. 맛은 맵고 성질은 뜨겁다. 건강은 생강이 갖고 있는 발한작용보다는 속을 데워주는 효능이 강하다. 배가 차고 아프거나 설사와 기침을 할 때 효과가 있다.

생강의 약리학적 효능은 멀미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또 소화액의 분비를 자극하고 위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어 식욕을 좋게 하고, 살균작용이 있어 식중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매운맛의 약물을 장기복용하거나 과량복용하면 소화기에 부담을 줘 위염이나 위궤양을 유발할 수 있다. 생강을 너무 오래 먹으면 열이 쌓여 눈병을 앓는 수도 있다. 또 생강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인체에 음액이 부족해 몸에 열이 발생하는 음허증에는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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