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내버스 준공영제 새판짜기](상)버스회사 대표는 공기업 사장

입력 2009-11-11 10:39:37

세금으로 연봉받는 '공기업 사장님'

대구시가 준공영제 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버스조합에 '칼'을 빼든 것은 조합이 막대한 지원금을 받으면서도 경영합리화에 소극적인데다 제 살 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기 때문이다. 버스회사들은 시 재정 지원에 의지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막상 시 정책에 대해서는 조합 이익을 우선시하며 번번이 반기마저 들고 있다. 시 관계자는 "솔직히 준비 안된 준공영제를 시행한 탓에 지금까지 시가 버스 조합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시민들의 세금이 지원되는 만큼 앞으로 '공익'에 부합하도록 준공영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영은 부실, 수입은 안정

대구시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에 발목잡힌 준공영제를 개선하려면 버스업계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실제 29개 버스업체 중 22개 업체가 자본 잠식 상태일 정도로 경영 부실 상태가 심각하다.

시는 버스업계가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면 고질적인 차고지 부족 문제가 해결되고 공차거리가 줄어 연료비 절감과 버스기사 근무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폐합 과정에서 버스를 감차해 재정지원금 부담을 줄이는 대신 노선합리화를 통해 서비스 수준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는 통·폐합에 나서는 업체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자율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고, 경영 부실 업체에는 강력한 페널티를 적용해 구조조정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구조조정 외면하는 버스조합

시의 버스경영 합리화 방침에 대해 버스조합은 자구노력의 전제 조건으로 시의 막대한 재정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구조조정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가 구조조정에 미온적인 이유 중의 하나는 퇴직금 정산에 따른 부담이다. 업체 중 절반가량이 준공영제 출발 4년이 되도록 준공영제 이전 퇴직금 누적분에 대한 정산을 미루고 있다. 준공영제 시행 이후의 퇴직금은 대구시가 지급하지만 이전 누적분은 업체들이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전체 29개 업체 가운데 15곳만이 퇴직금 정산 절차를 밟고 있고, 절반인 14곳은 아직 퇴직금을 줄 엄두조차 내지 않고 있다.

현재 준공영제 운영방식이 업체들로서는 전혀 손해볼 게 없다는 것도 또다른 이유다. 인건비와 유류비, 각종 소모품 등 운송원가를 모두 시가 지원하는데다 사업자들의 인건비와 운송원가에 포함된 이윤까지 가져가는 마당에 굳이 현재 판을 바꿀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버스회사 대표는 공기업 사장

시는 업체들에 지급하는 표준운송원가에 적정 이윤 명목으로 마진을 주고 있다. 표준운송원가 52만3천원 가운데 경유 차량은 1만8천472원(일반), CNG버스는 1만7천747원(일반), 예비차량은 1만1천951원을 지급한다. 버스보유대수에 따라 하루 평균 55만원에서 200만원이 이윤으로 보장되는 것. 이에 따라 버스 회사마다 연간 2억원에서 7억2천만원의 마진을 붙여주는 셈이다. 실제 시가 올해 버스업체에 지급한 적정이윤은 108억원에 달했다. 업체 대표는 연 3천300만원 수준의 임금도 받고 있다.

부도 위험도 없을뿐더러 임금과 이윤까지 챙겨가는 구조다. 상황이 이런데도 업체들은 표준운송원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시는 최근 표준운송원가를 조정하기 위한 소위원회를 열었지만 연료비 보전과 적정이윤, 정비비, 타이어비 등 상당 항목에서 버스조합과 상당한 이견을 보이고 있다. 특히 버스조합은 CNG연료비를 실비로 보전하고, 적정이윤을 물가인상률 수준인 2.3% 인상해 줄 것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조합 관계자는 "시내버스 90%가 CNG차량으로 교체된 상태지만 비현실적인 표준 연비 적용과 정비비 기준 등으로 인해 부실 정비와 손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차량 연식과 과밀노선 등을 고려한 표준치를 정해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반박했다.

또 "적정이윤은 2007년 노사 합의 당시 대구시가 올해부터 미운행차량도 운행차량과 같은 수준의 이윤을 지급하기로 해놓고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적정이윤은 업체들이 적자를 감수하며 투자한 부분에 대한 보상이며 여전히 전국 최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버스업체들의 방만한 경영과 함께 재정지원금은 해마다 늘고 있다. 내년 시 재정지원금은 올해 744억원보다 150억원 늘어난 890억원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표준운송원가도 올해 2천850억원에 비해 3.8% 증가한 2천958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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