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 레저와 도박사이 위험한 질주

입력 2009-11-09 10:13:18

부산경남경마공원 가보니…

부산경남경마공원 관람대 풍경. 경기 시작 1분여를 앞두고 마권판매소 앞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관람대 풍경. 경기 시작 1분여를 앞두고 마권판매소 앞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레저'냐 '도박'이냐!

'경마'는 양날의 칼날이다. 한국 경마 시장은 연간 매출액 7조원을 돌파하며 세계 7위권에 진입한 게 사실이지만 사행 산업이라는 비판 또한 끊이지 않고 있다. .

서울, 과천에 이어 2006년 개장한 부산경남 경마공원 역시 '경마의 두 얼굴'이 공존하고 있다. 제 4경마장 유치전에 뛰어든 경상북도 지자체들에겐 타산지석(他山之石)의 대상이다.

◆공룡, 경마 산업

8일 부산경남경마공원(부산 강서구~김해 장유면).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비 오는 일요일인데도 명절을 앞둔 동대구역 풍경을 연상시켰다. 성인 남녀뿐 아니라 어린이들과 함께한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봇물을 이뤘다.

오후 2시 25분. 경주가 곧 시작된다는 장내 방송이 울리자 관람대 앞이 장사진을 이룬다. 발매 마감 10분 전 2천만원을 돌파한 마권 판매 금액은 1분에 1천만원씩 훌쩍 뛰어오르더니 마감 직전 1억원을 돌파한다. 마감과 동시에 비를 맞으며 경주마들이 뛰쳐나가고 관람객들은 스크린과 현장을 번갈아가며 말의 위치를 확인한다.

"7번, 7번, 7번…." 한참 뒤처져 있던 7번마가 갑자기 선두로 치고 나오자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온다. 장내 아나운서의 발음도 빨라진다. 함성과 흥분이 최고조에 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분 남짓.

개장 4년을 맞은 이곳 관람객 수는 매주 2~3만명 이상이다. 하루 십수 차례 경마가 열리는 금·토·일요일에는 1만여명이 한꺼번에 몰린다. 9월 말 기준 누적 입장객이 3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9천249억원으로, 지방세 납부액은 2천327억원이다. 경남도·부산 2곳 모두에서 지방세 납부 1위 기업에 올랐다.

◆경마 산업의 과제

그러나 부산경남경마공원을 비롯한 한국 경마 산업의 초고속 성장 뒤에는 '국내 말 산업의 99%가 경마에 치중돼 도박 문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연간 경마장 방문객은 2천200만~2천300만명인데 반해 국내 승마 인구는 고작 2만명 수준이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도 경마 폐해가 속출하고 있다. 1~3층 마권판매소 주변에는 아예 돗자리를 깔고, 경마 배당률 분석에 여념이 없는 관람객들이 부지기수. 1회 배팅액 한도가 10만원으로 제한돼 있다지만 30분 간격의 경주에 끊임없이 돈을 걸다 보면 '레저'의 범주를 벗어나기 십상이다. 대구경북 승마 인구 또한 겨우 300여명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경마장 유치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건전한 경마의 해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마 문화 대중화다. 문화가 먼저 뿌리 내려야 도박성이 씻긴다는 의미다. 지난 9월 29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국마사회 역시 승마 대중화를 선언했다. 승마 산업 인프라 구축, 마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국내 경마공원의 생활 승마 거점 사업을 병행하는 방안. 부산경남경마공원 경우 2010년 완공 예정의 5개년 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통해 경마 위주 사업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제4경마장 유치를 위해 부산경남경마공원을 사전답사한 경북도 지자체들은 "제4경마장 역시 경마장과 함께 마 문화 공간을 복합 조성한다면 승마 시장과 연계한 말 산업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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