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우리 경제가 조금 나아진다고들 하지만 지역의 경제는 아직도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전의 통계청 발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0-2007년 사이 대구의 지역내 총생산(GRDP) 성장률은 2.9%로 전국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고, 1인당 지역내 총생산 역시 수년간 전국 최하위로 이웃 울산시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연유에서 각종 지표들을 들먹일 때마다 그저 안쓰럽다는 심정일 따름이다. 게다가 전국 3대 도시의 위상은 고사하고 7대 광역시 가운데 미래 경쟁력 부문에서도 7위에 머물고 있다 한다. 물론 이런 수치들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도 아니요, 수도권을 제외하면 여타 광역자치단체의 여건은 어쩌면 대동소이하기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는 측면이 있긴 하나, 아무래도 지역의 추락상을 확인하는 듯 하여 씁쓰레한 기분을 떨칠 수는 없게 된다.
대구의 위상 격하를 두고 여러 식자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리고, 그 해석들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이는 1960, 70년대 이후 굳어진 보수 일변도의 정치 풍향과 특정 인맥 위주의 대구 엘리트 구조에서 그 원인을 찾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섬유 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시의적절하게 개선하지 못한 데서 낙후의 이유를 찾기도 한다. 또 어떤 식자는 개발 연대 이후 도시의 정체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도시화한 데서 위상 추락의 원인을 거론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구 경제를 활기차게 하고 대구의 미래를 좀 더 희망차게 만들 수 있는 묘안은 없을 것인가? 아무래도 당장 뾰족한 대안은 어려울 듯 하니 차라리 이런 저런 지표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새로운 희망의 싹을 찾아 보는 방향으로 인식 전환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싶다. 그러니까 전체적으로 보아 대구의 입지 여건은 몇 가지 불리한 점은 있으나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고, 게다가 생활하는 데는 꽤 좋은 형편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싶다. 즉, 대구는 재해가 없고, 교통 여건이 양호하며, 고급 인력을 포함한 노동력이 풍부한 편인데다 기반시설과 문화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추어져 있어 이를 잘만 엮으면 또 다른 가능성이 도출될 듯하다. 유럽의 유수 연구소에서 수년 전 발간한 한국의 도시 경쟁력 편에는 대구가 한국 도시 가운데 미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와 있던 것이 생각난다.
이제 부정적, 비관적 측면보다는 긍정적, 희망적 측면에서 대구의 장점을 살리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요긴해 보인다. 우선 매력있는 도시를 만드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인 바, 대구 중남구의 도시 꾸미기 사례들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주고 있다. 이와 함께 청년 및 청소년들이 공부하고, 일하고,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인프라와 함께 그에 걸맞은 도시 분위기 조성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에 더하여 몇몇 도시 랜드마크가 곁들여진다면 금상첨화일 듯 하다. 어떻든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그 위상을 제대로 견지하지 못한 듯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도시의 미래를 구상하는 예지와 애향심이 발휘될 시점에 다다랐다고 하겠다.
김한규(계명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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