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47·여·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며칠 전부터 고교 1학년 딸(17)과 함께 집 근처 여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딸이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집에는 남편(49)이 시어머니(70)와 둘째 딸(4), 장애인 아들(20)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김씨는 "가족들 대부분이 고위험군인 탓에 혹시 딸에 의해 신종플루에 감염될까 걱정돼 집을 나왔다"면서 "신종플루로 가족끼리 생이별을 하고 두 집 살림을 하느라 너무 힘들다"고 털어놨다.
'신(新)이산가족'이 늘고 있다. 신종플루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가족 구성원 중에 신종플루에 감염된 사례가 증가해 스스로 '격리치료'를 하는 가정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 거점병원 11곳에 596개의 격리병상이 마련돼 있지만 중증 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는 입원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구시내 병원이나 보건소 등에는 가정 내 신종플루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신종플루의 가족 내 2차 감염(가족 중 1명이 다른 곳에서 걸린 뒤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전염시키는 것) 확률은 22~23%로, 일반적인 계절성 독감의 5~15%보다 높다고 한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찌개를 같은 그릇에서 떠먹고 수건 한 장으로 가족 전체가 사용하는 등의 독특한 생활문화 때문에 가족 중 한명이라도 감염되면 가족 전체가 신종플루에 감염될 확률이 높다.
현재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더라도 중증환자가 아닐 경우 거점병원에서 격리치료가 불가능해 가정에 고위험군이 있는 환자의 경우 머물 곳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다. 박모(32)씨는 "연세 든 부모님과 어린 아들에게 옮길 수 있어 병원 입원을 알아봤지만 거절당했다"며 "여관에 머물까 생각 중이지만 혼자서 적어도 5일 동안 외출도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을지 고민"이라고 했다.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으면 환자는 1주일 동안 자택에서 격리치료를 하도록 하고 있다. 집에 머문다면 방을 따로 쓰는 등의 방법으로 가족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가족 간 애정을 확인하기 위한 포옹과 키스 등의 스킨십은 당연히 금물이다. 간병을 하는 사람도 가족 중 한 명만 지정해 환자와 2m 이상의 거리를 두고 대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집안에서도 반드시 마스크 등을 착용하고 방과 화장실, 수건을 따로 쓰는 등의 예방조치도 취해야 한다. 또 실내에서 재채기나 코를 풀어야 할 때는 휴지로 가리고 오염물을 가족들이 만지지 않도록 따로 보관했다가 잘 처리해야 한다. 식기뿐만 아니라 숟가락, 젓가락도 지정된 것을 사용해야 하며, 환자가 사용한 식기, 침구류, 옷 등은 세제로 깨끗이 세척하는 것이 좋다.
대구파티마병원 권기태 감염내과 과장은 "가족 모두가 손 씻기 등을 생활화하고, 평소 환기를 자주 시켜주면서 집안 청소를 자주 해야 한다"면서 "특히 환자의 세탁물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다른 가족 구성원에게 감염이 됐을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 권 과장은 "신종플루는 2~7일간의 잠복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증상이 나타나기 하루 전에 환자와 같은 방을 사용했거나, 1시간 이상 1~2m 이내에서 긴밀한 접촉을 한 경우에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면서 "환자와 밀접히 접촉했다고 무조건 전염되는 것은 아닌 만큼 지속적으로 환자와의 접촉을 삼가면서 개인위생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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