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정 식민지배 그 참담했던 역사를…타임머신 타고온듯 생생 재현
"지금 나라빚이 1천300만원에 달합니다. 우리 모두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나라빚을 갚읍시다!"
17일 오전 대구 중구 계산동 서상돈 선생 고택 앞은 타임머신을 타고 100년 전 일제치하로 돌아간 듯 했다. 흰 두루마기 차림으로 군중 앞에 선 서상돈은 국채 보상 운동(1907년)에 동참하자며 열변을 토했다. 이에 호응한 저고리 차림의 주민, 학생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를 부르자 한무리의 일본 순사들이 몰려나와 총포를 난사한다. "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맞은편에서 등장한 이상화 선생이 결연한 표정으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1926년)'를 낭송하자, 스러졌던 군중들이 몸을 일으켜 결집한다.
대구문화재단이 기획한 '옛 골목은 살아있다' 연극 이벤트가 이날 첫 공연을 시작으로 한 달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옛 골목은 살아있다'는 이상화, 서상돈, 이상정 고택이 자리잡은 옛 '뽕나무 골목'과 6·25 당시 민중들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진골목(중앙시네마 뒷편)'에서 펼쳐지는 역사 재현 이벤트. 대구 극단 CT가 대구의 중견 연출가, 배우들과 함께 만들었다.
이상화 고택 문화관광해설사인 조영수씨는 "고택 개관 1년 만에 시낭송회, 음악회 등 다양한 행사가 많았지만, 이런 공연은 처음이었다"며 반가워했다. 중구청 기획 '골목 투어' 중 들렀다는 신은하(21·여·경북대 경영학과)씨는 "눈 앞에서 역사적 순간들이 재현되는 모습을 보니 일반 해설보다 더 쉽게 와닿는다"고 했다. 교내 동아리 '시사 탐구반'에 있다는 이승재(청구중·16) 군은 "평소 역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마치 그 시대가 교과서 밖으로 뛰쳐나온 것 같다"며 신기해했다.
공연팀은 또 '진골목, 그때 그 이야기', '향촌동 그 시절'을 테마로 한 거리 공연을 진골목에서 펼친다. 1950년대를 배경으로 야바위꾼이나 악극단, 약장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당시 옷차림을 한 주민들이 골목을 다니며 그때 그 시절의 분위기를 재현한다. 화가 이중섭, 음악가 박태준, 시인 구상 등은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며 그 시절 향촌동을 보여준다.
'옛 골목은 살아있다' 거리 공연은 11월 21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뽕나무 골목에서, 오후 1~4시에는 진골목에서 펼쳐진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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