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인 포커스]대한송유관공사 최광식 사장

입력 2009-10-12 07:20:26

30개월동안 송유관로 800km 답사

최광식(56)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은 취임 2년 6개월 동안 800km 이상을 도보로 강행군해왔다. 전국의 송유관로를 따라 직원들과 함께 하루 10㎞씩 걸었던 것. 송유관 도유(盜油) 사건 급증에 따라 직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책도 세우기 위해 직접 점검에 나섰는데 40㎞만 더 가면 '전국 송유관로 일주'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단다. CEO로서 현장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 일하는데 지장을 주기에 작업복만 고수하고 있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보다는 현장에서 직원들과 함께 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는 게 소신이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쌍방향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한다. 임원회의에 부장급을 순번제로 배석시켜 경영 현황이나 현안들에 대해 듣게 하고 의견도 자유롭게 개진토록 하는 한편 분기별로는 한차례씩 전체 직원들에게 회의를 공개하고 있다.

성실과 근면, 두 가지로 인생에 승부를 걸어왔다고 했다. 고령 출신으로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하던 1978년, SK에 입사했으나 지방대를 나온데다 주변에 대구경북 사람들도 별로 없어 갖은 고생을 하다가 터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말단 직원때부터 가장 먼저 출근했으며, 토·일요일에도 별일 없으면 회사로 나와 일을 했다. '정직하게 살라'는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도 힘이 됐단다. 지금까지 31년간의 직장 생활 중 26년간 돈을 관리하는 재무분야에서 근무했던 것이나, 능력을 인정받아 대한송유관공사에서 CEO까지 될 수 있었던 데는 이 같은 점들이 뒷받침됐을 것 같다. 송유관공사는 원래 공기업이었으나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따라 2001년 SK 등 정유사들을 대주주로 하는 사기업으로 전환했으며 송유관 운영사업 외에 관련 기술 및 신재생에너지 설비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

최 사장의 직장 생활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2003년 SK글로벌 사태(분식회계 등 파문) 때는 상무였던 그가 사장급이 맡는 핵심부서의 장에 파격적으로 임명됐지만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번민에 시달리다가 두통도 심하게 앓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타고난 건강체질로 보였으나 어릴 적엔 잔병치레를 많이 했다. 지금의 건강은 학창시절부터 꾸준히 관리해온 덕분이다. 2004년부터 2년간 SK 물류본부장을 맡고있을 때는 전국에 있는 모든 물류사업장에 테니스장을 설치, 직원들끼리 함께 건강을 챙기도록 했다. "직원들 건강은 물론 업무생산성도 향상됐고 노사관계까지 좋아지게 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송유관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경기도 성남 본사와 전국 사업장에 테니스장을 만들었으며 자신도 일주일에 2, 3회 정도 직원들과 함께 하며 건강을 관리해왔다. 본사 운동장을 확장, 각종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고 사옥과 뒷산을 연결하는 산책로도 조성했다. "평범한 진리같지만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유지하는 게 성공적인 삶의 바탕"이라고 말했다.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대구와 경북을 구분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경북은 제조공장을 중심으로 하고, 대구는 물류거점과 소비를 주도하는 체제로 접근함으로써 제조와 물류·소비시장을 연계시키는 게 효율적이라는 의견이었다.

역량이나 여건에서 다른 지역보다 우월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을 대표했던 섬유산업만 해도 취약해진 이유 등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뒤 IT분야를 활용한 첨단섬유 쪽으로 특화시키는 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게 새로운 산업을 발굴하는 것보다 낫다"고 지적했다.

2013년 대구 세계에너지총회 준비위의 조직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 사장은 "퇴직하면 대구에서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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