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IT업체 퀄컴은 1985년 장거리 트럭의 위치를 파악하고 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한 소규모 기업이었다. 통신 기술 연구에 매달렸지만 크게 빛을 보지 못했던 퀄컴은 한국을 만나면서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은 1991년 퀄컴의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국책연구과제로 지정해 1995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공동 연구 개발에 성공한 뒤 이듬해에는 세계 최초로 CDMA 이동전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럽 방식인 GSM과 CDMA 가운데 어느 것을 표준으로 하느냐는 논란이 뜨거웠지만 정부는 '세계 최초 상용화 성공'이라는 구호에 매달려 CDMA에 대한 애정을 지금껏 놓지 않고 있다. CDMA 이외의 기술을 이야기하면 역적으로 몰릴 것 같은 분위기가 이후 오랫동안 계속됐다고 업계에서는 탄식한다.
그러는 사이 CDMA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됐다. 새것을 좋아하는 한국 소비자들, 이동통신사들의 출혈 경쟁이 맞물리면서 단말기는 끝없이 팔려나갔다. 소리 없이 웃은 건 퀄컴이었다. 퀄컴은 단말기에 들어가는 CDMA 칩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었지만 로열티는 꼬박꼬박 입금됐다. '대동강 물장수' 퀄컴이 지금까지 한국에서 받은 로열티는 무려 3조 원이다. 내수용 단말기 판매가격의 5.25%를 13년, 수출용의 5.75%를 15년 받아왔으니 업계에서는 원천기술의 위력을 절감했을 터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우리 수출의 총아인 휴대폰이 핵심 부품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수입하는 '껍데기만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그래서 더 충격적이다. 27개의 휴대폰 가운데 국산이 하나도 없는 부품이 5개나 된다. 기술 경쟁력 평가에서도 외국 업체에 비해 우월한 경우가 단 한 건도 없었다. 한국의 단말기 제조회사들이 아무리 많이 팔아봐야 외국 업체 좋은 일만 시키는 일이 15년째 그 정도를 더해가며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이동통신 업계는 현재 4세대(4G) 단말기 시장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아날로그 방식(1G)에서 음성통화(2G), 영상통화(3G)로 진화한 이동통신 기술은 다양한 데이터 서비스 제공을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표준 채택을 앞두고 있다. 한국 업체들이 4세대 표준기술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이다.
김재경 교육의료팀장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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