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어사전에 '명품전당포'라는 새 단어가 등장했다. '이름나거나 훌륭한 물건을 담보로 하여 돈을 빌려 주는 곳'으로 등재됐다. 전당포가 기억의 한 자리에 저물고 있는 것과 정반대. 경기 침체가 낳은 전당포 양극화 현상이다. 오랜 기간 서민들의 급전 창구 역할을 했던 전통전당포는 사라지는 대신 문턱이 높은 명품전당포가 뜨고 있다.
대구 중구 동성로의 명품 전당포 '구구스'. 30㎡ 남짓한 공간에 다양한 명품이 진열돼 있다. 샤넬,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가방과 액세서리에 고급 의류까지 즐비하다. 명품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도 하지만 중고 명품을 팔기도 한다. 담보로 명품을 맡기면서 급전을 빌리고, 팔아줄 수 있으면 팔아달라는 고객들의 요청 때문이다.
이곳에서 명품을 담보로 급전을 빌리는 이들은 매달 20여명. 주로 20, 30대 여성들로 한꺼번에 명품 3, 4개를 갖고 온다. 남성용 제품도 있지만 양이 많지 않다. 있더라도 금방 팔린다는 게 종업원 귀띔이다.
이곳 역시 월 4%의 이자를 받고 있다. 하지만 금붙이와 달리 원래 제품 가격의 25% 정도만 급전으로 빌려준다. 중고로 팔리는 가격이 원래 가격의 절반 수준인데 거기에 50% 정도를 급전으로 내주는 게 명품전당포 내부 방침이다. 그래도 적잖은 이들이 급전을 빌린다. 매달 2천만원 정도가 급전용으로 나간다.
이곳 박종규 대표는 "중고 명품점은 일본에서 시작돼 서울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며 "명품을 사는 이들이 금방 제품에 식상해한다는 점에 착안, 전당포 업무도 겸하고 있다"고 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