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리로 얼룩진 농협, 언제까지 그냥 둘 것인가

입력 2009-10-06 10:53:52

농협이 조합원인 농민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벗겨졌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농협의 비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최근 3년간 농협에서 직원 35명이 공금 137억 원을 횡령했다고 한다. 친인척'고객 이름으로 가짜 서류 또는 계좌를 만들어 공금을 빼돌려 카드 대금을 메우거나 주식 투자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8명만 형사 고발됐을 뿐 나머지는 정직과 같은 가벼운 내부 징계가 고작이었다. 횡령 금액을 즉시 갚았거나 평소 조직에 기여한 점을 고려해 고발하지 않았다는 농협 측의 해명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 짝이 없다. 횡령한 돈을 변제했다고, 조직에 기여했다고 해서 도둑질을 감싼다는 것은 농협의 도덕성이 어느 지경인지를 말해주는 것이다.

또 농협은 지난해 경제위기 속에서 259억여 원을 들여 골프 회원권 26개를 샀고, 올해에도 34억 원을 주고 회원권 7개를 더 사들였다. 농협이 가진 골프장'콘도 회원권이 124.5개에 시가가 81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시중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간부들이 주말에도 골프 접대를 하며 일하게 한 것이란 농협 회장의 해명은 가관이다. 농협 임직원들끼리 모여 골프를 친 게 아니라 경쟁력 향상 차원이었다면 그간 골프장 출입 내역을 확인해 보면 알 것이다.

쌀값 폭락으로 농민들은 피눈물을 쏟는 와중에 비리와 방만 경영으로 얼룩진 농협의 행태는 농민들을 두 번 울리는 것이다. 240만 조합원들의 피땀 어린 돈이 들어간 농협을 일부 임직원들만을 위한 조직으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중앙회장 권한 축소, 신용'경제 분리와 같은 농협 개혁도 중요하지만 농협 구성원의 의식 전환, 직무 감찰 강화 또한 강도 높게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만 농협이 비리 백화점이 아닌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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