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좋은 의사로 살아남기가 이만저만 어렵지 않은 것 같다. 경제 발달과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의사에 대한 의학적인 기술과 지식의 요구도 증가하여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자질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렇게 어렵게 된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고 생각된다. 첫째, 의사의 수가 많이 늘어났다. 특히 대구는 지방 도시 중에서도 의과대학이 가장 많이 위치한 지역 중 하나로 매년 4개 의과대학에서 약 300명의 의사가 배출된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친인척 중에 의사가 하나도 없는 집이 거의 없을 정도까지 됐다. 자연히 의사끼리 경쟁도 치열해지고 더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하여 병원 시설과 의료기기에 무리한 투자를 하다 보니 수익성이 아무래도 예전 같지가 않다. 물론 환자 입장에서는 큰 혜택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의사와 병원이 많아지다 보니 굳이 종합병원에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동네에서 다양한 전문의들을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인터넷의 발달이다. 의사로 살기 힘든 것과 인터넷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의아해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의 일상생활에 인터넷이 미친 영향이 크듯이 의료계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얻지 못할 정보가 없듯이 의학 지식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젊은 환자나 보호자는 병원에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증상이나 질환에 대해 샅샅이 찾아보고 심지어는 외국 논문까지 찾아들고 와서 의사를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실제로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은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보다 오히려 환자가 더 많이 아는 경우도 있다. 각 병원에서 실시하는 다양한 공개강좌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전문적인 의학 지식으로 인해 신출내기 의사는 도저히 이러한 환자를 당해낼 수가 없다. 이렇게 인터넷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의사를 못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의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질환이란 사람에 따라 증상이 다르고 그 예후 또한 남녀별, 지역 및 인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인터넷은 가장 보편적인 측면에서 정보를 제공하거나 제공자의 의도에 따라 희귀한 사례를 올리는 수도 있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라고 할까? 자기의 질환을 지레 짐작하고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마지막으로 세계화이다. 경제와 문화뿐만 아니라 의학계에도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 신종 플루가 미국이나 멕시코에서 발생해 수일 내에 전 세계에 퍼지듯이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첨단 의학 지식이나 기술이 생겨나면 시차없이 전 세계로 전달되고 이런 정보들이 홍수를 이루기 때문에 의사로서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배우고 익혀야 할 지식이 한도 끝도 없이 많아지고 있다.
김성국 경북대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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