헷갈리던 대구 도로명 주소 바꾼다

입력 2009-09-25 10:22:20

대구시, 60억 들였던 기존사업 정부표준안과 달라

정부와 대구시의 '엇박자 행정'으로 대구지역 도로명주소가 또다시 변경된다.

대구시는 지난 2000년부터 도로명주소 교체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 고시까지 끝냈지만 정부 표준안과 달라 도로명주소를 또다시 변경키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새주소 사업을 위해 60억원의 예산을 사용했으며 재정비 사업을 위해 35억원을 또다시 투입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새 도로명에 버들길, 새싹길, 사랑로 등 추상적인 이름이 많은데다 도로명도 너무 많아 외우기 힘들고, 위치 파악도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에 부착돼 있던 도로명판 83%(총 7천600여개 중 6천300여개)와, 건물번호판 87%(총 22만7천400여개 중 19만8천200여개)가 새롭게 교체될 예정이다.

새롭게 정비되는 도로명 주소는 이미 잘 알려진 간선도로에 100m 간격으로 일련번호를 부여, 왼쪽은 홀수번호(1길, 3길, 5길 등), 오른쪽은 짝수번호 (2길, 4길, 6길 등) 순으로 '길급 도로명'을 붙이는 방식이다.

건물번호도 도로기점에서 건축물까지 거리 예측이 가능하도록 10m 간격으로 번호를 매겨 '팔달로 20번' 주소는 '팔달로 기점에서 약 200m지점에 위치하는 건물'을 나타내도록 했다. 도로의 기·종점은 서에서 동쪽으로, 남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통일했다.

이처럼 시가 대대적으로 도로명주소 재정비를 벌이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졸속 행정 탓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하반기 "추상적인 도로명 등을 지역의 지리적 위치와 특성을 감안한 이름으로 바꾸라"며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지침'을 내렸지만, 대구 대부분의 구에서는 이를 무시한 채 새 도로명에 대한 고시를 마쳤던 것.

하지만 2007년 4월 시행되기 시작한 '도로명 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이 올 4월 '도로명 주소법'으로 개정되면서 결국 뒤늦게 재정비에 나서게 됐다. 정부가 당초 '생활주소'로 추진했던 새주소 사업을 2012년부터 '법적주소'로 사용하겠다며 정부의 방침에 따라줄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 지자체마다 혼란을 피할 수 없게 됐지만 특히 대구의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경산(동쪽)에서 성서(서쪽) 방향으로 건물 번호를 부여해 놓은 것이 정부의 방침(서쪽에서 동쪽)과는 정반대여서 도로명은 물론 건물번호판의 거의 대부분을 교체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구청 관계자들은 "원칙을 분명히 하고 시작했더라면 혈세를 낭비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뒤늦게 원칙을 만들고 무조건 이에 따르라고 하니 혼란이 빚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대구시는 구별로 올 연말까지 예비도로명 확정과 주민의견수렴 절차를 끝낸 뒤 2010년 상반기 중에 도로명주소를 확정지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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