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비중 83% 넘어, 性역할 편중…할당제 논란 재점화
남자 교사가 기근이다. 대구 초등학교 교사 10명 중 8명이 여자 교사다. 유례없는 여교사 쏠림 현상은 학교 풍경을 바꿔 놓고 있고, '남교사 할당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구 209개 공립초교 교사 7천572명 중 남교사는 1천319명. 전체의 17.4%다. 해안, 매동, 시지초교 등 3곳은 남교사가 1명뿐(교장·교감 제외)이며, 남교사가 3명 이하인 학교도 56곳이나 된다. 학급당 남교사 수는 0.22명(전체 6천33학급). 5개 반 가운데 1개 반만 남교사가 맡고 있는 셈이다.
22일 오후 수성구 매동초교. 하굣길 5, 6학년 학생들에게 남교사가 담임이었던 적이 있는지 물었다. 남교사 담임을 경험한 아이는 10명 중 2명에 불과했다. 아이들은 "여선생님들은 체육 시간에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보다 강당에서 줄넘기를 한다"며 " "신나게 놀 수 없다는 게 조금 서운하다"고 했다.
이 학교 전체 36명의 교사 중 남자는 교장, 교무부장, 기간제교사 단 3명뿐. 학년 단체수업이나 운동회 때 팔을 걷고 나설 남교사가 없어 외부 사람을 불러야한다. 류임찬 교장은 "운동회 천막치는 일조차 사람을 데려와야 한다"고 했다.
기간제교사는 8월부터 출산휴가에 들어가는 여교사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5개월 전 '예약'했다. 류 교장은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 교사들이 2학기에는 공부한다고 바빠 남자 기간제 교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며 "남자 기간제 교사는 구하는 게 아니라 알음알음으로 모셔와야 될 정도"라고 말했다.
수성구 시지초교의 사정도 마찬가지. 시지초교 홍경희 교장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출산 휴가 등으로 빠진 5, 6명의 빈 자리를 모두 남교사로 채웠다"며 " 짧은 기간이지만 학생 지도를 위해 남교사로 뽑았다"고 말했다.
남교사 기근 학교들은 학교폭력예방, 생활지도, 체험 학습 등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매동초교 임선규 교무부장은 3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있지만 요즘처럼 아이들 지도가 힘든 적이 없단다. 주변 중·고생들의 교내 흡연을 '용감하게' 훈계하는 여교사가 드물고 창틀이 빠지거나 교내 비품이 고장나면 곧장 손 볼 수도 없다. 임 교사는 "가정의 아버지, 어머니처럼 성역할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며 "남교사가 없어 엄마, 선생님 치마폭 사이를 오가는 아이들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교단 내부에서는 '남교사 할당제'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올 7월 전국 교원 549명(남 433명, 여 11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4%가 '교사 성비 불균형으로 학생 교육 및 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또 89.3%는 '한쪽 성비가 최대 70%를 초과하지 않게 하는 인위적 수단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국 시도교육감 협의회도 이미 3년 전 '남교사 할당제'를 정부에 건의했다.
교육 전문가들은 "'남교사 할당제'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면서도 "교사의 성 역할과 교육활동의 상관 관계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거쳐 교육시스템을 합리적으로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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