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폐암으로 호흡 조차 힘든 조덕선씨

입력 2009-09-23 09:18:49

17년전 유방암을 겪은 뒤 5년 전 다시 폐와 림프절로 암이 전이돼 투병중인 조덕선(62)씨가 딸 김유현(가명·33)씨와 함께 간만에 병실 밖 나들이를 나왔다. 딸은 엄마가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마음을 졸였지만 조씨는 병실과는 다른 상쾌한 공기에 마음까지 가벼워진다고 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17년전 유방암을 겪은 뒤 5년 전 다시 폐와 림프절로 암이 전이돼 투병중인 조덕선(62)씨가 딸 김유현(가명·33)씨와 함께 간만에 병실 밖 나들이를 나왔다. 딸은 엄마가 혹시나 감기라도 걸릴까 마음을 졸였지만 조씨는 병실과는 다른 상쾌한 공기에 마음까지 가벼워진다고 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조덕선(62·여·대구 달서구 상인동)씨는 숨을 쉬기 곤란해 했다. 코에 산소호흡기를 꽂고 있었지만 숨은 가늘게 헐떡거렸다. 엑스레이 촬영을 하려 계단을 몇 번 오르내리자 그러잖아도 하얀 조씨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핏기가 하나도 없어졌다. 입은 바짝 말라 자꾸만 타들어갔다. 딸은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어머니가 안타까운 듯 호흡기 호스도 체크해보고, 얼굴도 만져보고, 물을 떠다 조금씩 먹여 줬다. 잠시 찬바람을 쏘이자 딸은 "엄마 폐가 좋질 않아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라며 금세 불안해했다.

조씨에게 처음 암이 발생한 것은 17년 전. 딸인 김유현(가명·33)씨가 중학교를 다닐 무렵이었다. 이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가슴에 이상이 느껴졌고, 유방암 진단을 받아 오른쪽 가슴 한쪽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직 40 중반의 나이에 가슴이 온전치 않다는 사실이 견디기 힘들긴 했지만, 의외로 암은 쉽게 극복되는 듯했다. 이후 12년 동안은 정말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다. 유현씨는 "엄마가 등산 다니는 것을 취미 삼을 정도로 건강했다"고 했다. 조씨는 식당을 운영해가며 생계를 꾸려갔다.

하지만 5년 전, 완치됐다고만 생각했던 암이 갑작스럽게 다시 찾아왔다. 조씨는 "어느 날 감기 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폐에 이상이 있다고 하더라"고 했다. 암이 폐와 림프절로 전이된 것이다.

불행은 겹쳐 왔다. 이혼했지만 자녀들과는 연락을 계속해오던 남편이 간암과 대장암으로 2007년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빠를 잘 따랐던 유현씨는 "어머니의 암 재발과 아버지의 사망 등으로 한동안은 멍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고 했다.

유현씨는 한때 회사원으로 일을 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암이 재발하고 점차 증세가 악화되면서 지금은 엄마의 곁만 지키고 있다. 항암치료는 2년 전부터 중단했다. 아무리 항암치료를 해봐도 암덩이가 더 줄어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더 커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유현씨는 "엄마가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항암치료는 싫다고 몸부림을 쳐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최근 조씨는 숨쉬기조차 힘든 날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만 벌써 중환자실에 드나든 것이 예닐곱번이 넘는다. 당연히 딸은 엄마를 간호하느라 병원에서 꼼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다. 유현씨는 "중환자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마치 치매 걸린 사람처럼 한동안 사람을 잘 몰라본다"며 "요즘에는 병원 사회사업팀의 배려로 무료 간병인이 도움을 주고 있지만 언제 위급한 상태에 처할지 마음이 놓이질 않아 병원을 떠나 있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오랜 어머니의 투병생활에 딸은 꿈도 희망도 다 밀쳐뒀다. 33세의 나이지만 결혼은 생각해 볼 겨를도 없었고, 지금은 엄마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는 실정. 영구임대아파트에 살며 한 달에 29만원의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아 생활하는 처지라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실정인 것. 유현씨는 "예전에는 엄마가 중환자실에 실려 들어가면 '빨리 나았으면' 하는 기도뿐이었는데, 지금은 당장 병원비 계산부터 하게 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딸의 모습에 조씨는 미안한 마음만 가득할 뿐이다. "내가 빨리 나아야 딸 시집도 보내고 행복한 인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 줄 텐데…" 엄마의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들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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