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운영 고교 왜 인기일까?

입력 2009-09-22 07:31:16

덕원고
덕원고
대구과학고
대구과학고

지난해 8월 대구시에서 유일한 기숙형 공립고로 선정된 포산고등학교. 이명박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의 첫 단추로 지난해 82곳이 선정된 기숙형 공립고 중 하나지만 선정과 동시에 일약 인기(?)학교가 됐다. 대구는 물론 외지에서도 중학생 학부모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달성군 지역뿐 아니라 대구나 경기도 등 다른 지역 중학생 학부모들로부터도 문의가 쏟아진다"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학부모들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올해부터는 입학설명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먹고 자면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숙형 고등학교가 뜨고 있다. '기숙사가 있느냐 없느냐'가 선택의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는 것. 기숙사 있는 학교가 왜 인기인지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 대구과학고와 덕원고를 방문해 비결을 알아봤다.

◆'교육에서 돌봄까지' 덕원고 기숙사 '청람사'

이곳 기숙사 학생들의 일과는 오전 6시에 시작된다. 간단히 인원 점검이 끝나면 아침밥을 먹기 전까지 체조 등으로 운동을 한다. 정규수업이 끝나면 특강과 자율학습 시간이 이어지는데 주로 개인 자습을 한다.

현재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은 전교생의 10% 정도다. 학생들은 야간 자율학습 이후 기숙사로 이동하면 희망자에 한해 오전 1시까지 자습할 수 있다. 교사들이 직접 생활지도를 맡고 있으며, 타지 학생들을 위해 전문상담교사까지 학교에 둬 학생들의 인성 교육 및 학교 적응을 돕고 있다.

기숙사 단위의 각종 입시설명회와 특강 및 논술캠프도 열린다. 최근에는 입학사정관제에 대비한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학기당 한두 번은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해 서울대 등 대학을 단체로 방문하기도 한다.

1인당 월 부담료는 18만원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숙소는 4인 1실로 운영된다. 오후 7시부터 방에 들어갈 수 있고 퇴실 시간은 오전 6시 30분이다. 나머지 시간은 무조건 교실과 도서관에서 보내야 한다.

방을 들여다보니 2층 침대 2개와 한 칸짜리 옷장 4개가 전부다. 그야말로 잠만 자는 방이다. 부대시설로는 컴퓨터실과 자율학습실이 갖춰져 있다. 자율학습실은 흡사 독서실 같았다. 이곳에서 만난 2학년 최마로군은 "TV나 컴퓨터가 없기 때문에 심심해서라도 책을 더 보게 된다"며 "인근에 살지만 주말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학교와 자습실에서 보낸다"고 했다. 학교와 집을 오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학년 오규인군은 "여기가 집보다 더 자유롭다"고 했다. 학원 가라, 공부해라 하는 간섭이 없지 않느냐는 뜻이다. 그러나 경쟁심이 자연스레 생겨 공부에 더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학부모들의 마음도 든든하다. 한 학부모는 "학원이나 독서실에 보내고 과외공부를 시킬 필요가 없어 훨씬 경제적"이라며 만족했다.

2년 전부터는 성적순으로 기숙사생을 뽑다 보니 자연스레 면학분위기가 조성됐다. "시험 기간에는 취침시간을 오전 2시 정도로 늦춥니다. 그래도 자율학습실에서 못다한 공부를 하느라 이불 뒤집어 쓰고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어요. 자습실에서 나가기 싫어 소등 때 몰래 숨어들어 밤새 공부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학생들의 생활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준영 교육연구부장의 말이다. 그는 또 "한때 대구 최고의 명문대 합격률을 자랑하던 덕원고가 시지로 이전한 뒤 명문대 합격률이 떨어졌지만 기숙사를 성적 위주로 뽑은 뒤 지난해부터 과거의 명성을 차차 회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재양성의 요람' 대구과학고 기숙사 입지관

대구과학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오전 6시 기상에 이어 체조와 함께 시작하는 하루 일과는 기숙사로 돌아오는 자정까지 이어진다. 정규 수업이 끝나면 과학고만의 독특한 생활이 시작된다.

과학고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인 그룹스터디. 동아리 활동이 방과 후 시간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년 초에는 선배들이 영역별 주요 내용을 후배들에게 지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학생 스스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과목별로 공부한 내용을 토의하는 세미나식의 심화 학습 활동이 이뤄진다. 오후 7시 이후에는 숙사동 옆에 있는 독서동에서 자율학습이 이뤄지지만 공부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야간에도 각 특별실 실험실은 항상 개방돼 있어 개별 과제연구 또는 자율탐구 등의 활동이 활발히 이뤄진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여유롭게 생활하며 청결한 실내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년에 화장실, 숙소 등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을 관리하다 보니 학부모들의 마음은 한결 편하다. 과학고에 자녀를 보낸 엄마들의 공통된 반응은 '굉장히 편하다'는 것.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알아서 학업은 물론 생활지도까지 맡아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학교 엄마들의 경우 토·일요일에 잠만 편하게 재워 보내면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이 학교 나경민(3년)군은 "2, 3분 거리에서 밥먹고 공부하는 게 모두 가능하다. 등하교 등 다른 데 시간을 뺏기지 않아 공부하려는 학생에게는 최적의 환경"이라고 했다.

기숙사는 잠을 자는 곳(기숙동)과 공부하는 곳(독서동)으로 구분돼 있다. 밤늦게 공부하는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의 숙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4인 1실로 33㎡(10평) 정도의 규모라 타 학교 기숙사에 비해 비교적 넓은 편이다. 기숙사비는 1인당 15만원으로 저렴하다. 독서동에는 도서관을 비롯해 개별 자율학습실이 갖춰져 있고 CCTV 등으로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다.

2학년 김태우군은 '기숙사 생활하면서 어떤 점이 제일 마음에 드느냐'는 물음에 "공부하다가 모르는 게 있으면 굳이 선생님을 찾아갈 필요 없이 옆 친구에게 물어볼 수 있다"는 걸 꼽았다. 동급생 중에도 각 분야의 전문가가 있으므로 자연스레 면학 분위기가 조성된다는 설명이다.

이 학교 신탁범 교장은 "정원이 적고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과학고생들의 경우 각별한 우정 관계가 형성된다. 학업성취는 물론 평생 우정을 나눌 좋은 동반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학생들이 꼽은 기숙사 생활의 장점

-자립심, 독립심 함양

-학우 간 가족 같은 우정 생김

-시간 절약(등·하교)

-규칙적 생활(수면·식사 시간)

-학부모 편리

-학습경험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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