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이냐! 육봉은어, 물만난 안동호

입력 2009-09-17 10:23:02

15년만에 다시 나타나…산란철 맞아 장관 연출

안동호 상류로 낙동강이 흘러 들어가는 도산면 토계리 도산서원 앞 시사단 인근 여울에서 마을주민들이 잡은 은어. 은어 뱃속에는 알이 가득 차 있다. 엄재진기자
안동호 상류로 낙동강이 흘러 들어가는 도산면 토계리 도산서원 앞 시사단 인근 여울에서 마을주민들이 잡은 은어. 은어 뱃속에는 알이 가득 차 있다. 엄재진기자

최근 안동호 상류 낙동강에 은어떼가 여울살에 회유하며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이 같은 모습은 1996년 원인 모를 이유로 안동호 은어가 종적을 감춘 지 15년 만에 다시 목격되고 있는 것.

16일 오후 안동시 도산면 토계·의촌·단천리와 봉화군 명호면 관창리 등 자갈이 있는 여울이면 은어떼가 어김없이 목격됐고, 암수가 뒤섞여 산란을 하느라 물방울을 튀기며 떼지어 회유하고 있었다.

곧추 세운 등지느러미로 여울살을 가르고, 꼬리 지느러미로 자갈이 쌓인 강 바닥을 격렬하게 파면서 흙탕물을 일으키기도 하는 은어떼는 한꺼번에 수십마리씩 또는 수백마리씩 몰려 다니고 있다. 산란에 적절한 곳을 찾아 다니다가 다른 은어떼와 맞닥뜨리면 떼지어 물위로 뛰어 올랐다.

큰놈의 경우 체장이 30cm에 이를 정도로 꽁치만 하게 자랐으며 작은 것도 18cm 이상 됐다. 암수 모두 옆구리에 띠 모양으로 산란철 은어 특유의 진한 혼인색을 띠고 있었다. 강물이 깊은 소(沼)에는 지름 20∼30m 넓이의 둥근 멍석처럼 모여있는 수천여마리 은어떼가 산란을 위해 소 아래위의 여울로 회유할 준비를 하며 천천히 헤엄치는 모습도 목격됐다.

토계마을 주민들은 "2, 3년 전부터 가을철이 되면 한두마리씩 그물에 잡히기도 했으나 올해처럼 이렇게 대규모로 떼지어 살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라며 "모처럼 되살아난 안동호 은어 생태환경이 잘 보존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안동호 은어는 33년 전인 1976년 안동댐이 축조되면서 바다로 내려 가는 물길이 막혀 버리자 당시 안동호를 바다로 삼아 산란과 부화, 치어 월동까지 하면서 육봉화(陸封化) 된 은어다. 부산에서부터 낙동강 700리를 거슬러 올라 와 '은어중의 은어'로 불리며 조선시대 임금님 진상품이던 '안동은어'가 조상인 이 육봉은어는 댐 준공이후 20여년 동안 매년 크게 번성해 1990년대 초 국내 최대 규모의 육봉은어 회유지로 꼽히면서 민물고기연구소와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다 1996년 가을부터 은어가 갑자기 사라지자 수산진흥청이 수개월간 원인조사에 나섰지만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했다.

안동시 권수준 수산계장은 "발견된 은어가 사라진 육봉은어가 복원된 것인지, 아니면 3년 전 육봉은어 복원을 위해 방류한 은어치어가 활착돼 몇년간 번식한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일단 하천감시원들과 함께 산란중인 은어 불법포획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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