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15일 연합뉴스, 일본 교도통신과의 공동 인터뷰에서 개헌 등 정치 개혁과 경제, 북핵, 대일 관계 등 나라 안팎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향후 정국 흐름의 방향타가 될 만한 정치 이슈에 인터뷰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내 정치문제
이 대통령은 이날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헌 필요성 주장에 대해 "영토 문제에서부터 이념적 문제까지 들어간다면 개정이 실제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며 "권력 구조에 제한된 경우 검토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는 정치권에서 아주 신중하게 현실성 있도록 한번 범위를 좁혀서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원론적이기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개헌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정치권에 본격적인 '개헌 화두'를 던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최근 정치 개혁과 중도·통합 화두를 던지며 정치 행보를 강화한 가운데 나온 언급이어서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 대통령은 권력 구조에 대해 명확한 구상을 밝힌 적이 없지만 5년 단임제는 책임성을 갖고 일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 권역별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 병행 등 정치 개혁 방안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이것을) 초당적 이해와 국가 발전 전략의 하나로 이야기한 것"이라며 "그렇게 해야 한국이 국가경쟁력을 가진다"고 했다.
아울러 여야 관계에 대해서는 "여야 구분 없이 항상 만난다는 전제를 열어두고 있다. 야당이 지금 만날 여건이 아직도 안 돼 있어서 그런 것이지, 나는 항상 열려 있다. 앞으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해 "국민 통합과 생산적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근원적 해결책으로 선거제도와 행정체제 개편 구상을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치 선진화의 필요성을 당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 유키오 민주당 정권의 탄생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업그레이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일왕(이 대통령은 천황으로 표현) 방한이 내년 중에라도 이뤄질 수 있으면 양국 간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일왕의 한국 방문은 한국을 방문하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방문하느냐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하토야마 정권이 들어와서 한·일 관계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단계 높아지는 계기가 되지 않겠느냐 하는 기대감이 있다"며 "하토야마 대표가 지난 6월 방한했을 때 그런 기대를 가질 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북핵
이 대통령은 북핵에 대해서도 많은 말을 쏟아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지금 위기를 느끼고 있기 때문에 그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서 다소간 대미·대남·대일 유화책을 쓰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진정성이나 징조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북한은 아직도 경제 협력을 받으면서 핵 문제는 그냥 시간을 끌어서 기정사실화시키려는 목표가 있다고 보인다"며 "6자회담 회원국들이 합심해서 같은 전략으로 북한 핵을 포기시키려는 노력을 더 가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북한 핵실험 이후 미국과 일본이 중심이 돼서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 조치를 했는데 이번이 가장 강력한 조치이고 또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며 "북한이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경제
이 대통령은 글로벌 위기 이후 경제 정책에 대한 질문에 "금년 하반기에서 내년 상반기까지는 출구전략에 신중하게 임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위기에서 벗어날 때 너무 빨리 출구전략을 써서 다시 위기를 맞았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정부의 목표는 내수 진작과 기업의 투자 촉진"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다음 주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와 관련, "세계경제 위기는 과거와 달리 국제 공조가 아니고는 벗어날 수가 없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지역 간 공조이며 국가 가치관이나 경제 체제가 같은 한일 양국 간 협력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과 관련, "녹색기술은 일본이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본의 앞선 기술이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더 발전하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며 "녹색성장의 좋은 모델을 한일 양국이 협력을 통해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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