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닭서 상품권까지…시대별로 본 명절 선물

입력 2009-09-15 08:40:32

추석(10월 3일)을 앞두고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치솟는 물가, 얇아진 지갑 때문에 선물을 줄이려는 경향이 있지만 명절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 중 하나이다. 선물은 시대적 환경과 경제수준, 소비자 의식,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등에 따라 변하고 있다. 동아백화점 권오현 홍보팀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개성 있는 선물, 오래 기억될 품목을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의 변천사를 알아봤다.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먹고살기도 힘든 시절, 오가는 추석선물은 대부분 식생활과 깊은 연관이 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선물은 햅쌀과 달걀, 생닭, 돼지고기, 밀가루 등 평소에 맛보기 힘든 먹을거리 중심이었다.

선물상품으로 딱히 만들어진 공산품도 보기 힘들었고, 시장에서도 달리 살만한 물건이 귀하고 먹을거리도 부족한 시기였기에 집에서 직접 기르거나 재배한 농·축산물이 당시의 가장 큰 정성의 표시였다.

◆1960년대

가장 인기 있는 선물로는 설탕, 비누, 조미료 등 생필품이었다. 3.5㎏ 등으로 포장된 설탕은 명절때만 되면 시장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 있는 당대 최고의 선물 품목이었다. 특히 설탕과 밀가루, 조미료 등 3백(白) 식품이 인기를 끌었다.

아동복, 내의 등 의류도 인기선물에 포함됐으며, 가격대는 2천~3천원대였다. 선물구매 장소로 백화점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부터였다. 백화점에서는 60년대부터 신문 광고와 한 장짜리 추석 카탈로그 등을 제작, 판촉을 했으며 당시 선물종류는 100여종 정도였다.

◆197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다양한 공산품이 생산됐다. 선물의 실용성이 강조되고 그 종류도 1천여종으로 늘어났다. 식용유, 치약, 스타킹, 와이셔츠, 양산, 피혁제품, 주류, 그릇 등 3천∼5천원 안팎 가격대의 경공업제품들이 주류를 이뤘다.

특히 성인에게는 커피세트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여러 종류의 과자가 들어있는 과자 종합선물세트와 연필세트와 가방 등이 어린이용 선물로 각광을 받았다.

화장품과 여성용 빨간 내복, 스타킹 등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선물세트였다. 라디오, 텔레비전, 전자보온밥통, 전기밥솥, 가스레인지 등 가전제품도 최고급 명절선물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80년대에 대중화되면서 선물세트로서의 명성을 잃게 된다.

◆1980년대

컬러 TV가 등장했던 시절로 선물도 고급화, 다양화되면서 상대방의 취향을 고려하는 선물 문화가 자리 잡았다. 그 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넥타이, 스카프, 지갑, 벨트, 양말세트 등 신변잡화와 패션관련 상품이 새롭게 떠올랐다. 갈비, 정육, 과일, 선어 등의 신선식품세트도 인기 품목. 특히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면서 10만원대 갈비가 인기 고급선물로 등장했다. 인삼, 꿀, 영지 등의 건강식품도 선물의 반열에 올랐다.

명절선물 문화가 완전히 정착된 시기였다. 여기엔 신규 백화점 출현과 다점포화, 백화점 배달 서비스의 일반화, 그리고 소비자의 소득향상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1990년대

명절선물이 고가제품과 실용적인 중저가 선물세트로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비교적 값싼 대형소매점 선물세트가 선보이기 시작했고, 고급 정육세트는 30만∼40만원대로 고급화됐다. 고가의 수입양주도 인기를 끌었고, 신변 잡화류 및 취미생활 관련 상품과 함께 양송이, 더덕 등 토속식품도 강세를 보였다.

소비자들의 알뜰구매 현상에 따라 실용적인 중저가 상품이 인기를 끄는 한편, 지역특산물이나 신변잡화 부문이 점차 강세였다. 특히 94년 본격적으로 발행되기 시작한 상품권은 개인의 취향을 반영할 수 있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건강, 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인삼, 꿀, 영지 등 건강기호식품과 도서상품권도 인기 품목들. 대형소매점의 급성장으로 저가형 규격식품(참치·조미료세트 등)이 주목 받기 시작한 때도 이 시기이다.

◆2000년대

다양성과 개성이 중시되는 시기. 선물할 사람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골라 선물하는 추세가 대세를 형성했다. 또 선물 받는 사람이 자기 취향에 맞게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배려한 상품권이 명절의 가장 대중적인 선물로 자리를 잡았다. 백화점 상품권은 대형소매점, 호텔, 외식업체, 주유소, 문화 공연 관람 등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골프, 헬스기구 등 스포츠 및 레저 용품도 선물 상품으로 등장했다.

대표적인 중저가 선물세트였던 식용유는 웰빙바람으로 2003년 이후 올리브유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포도씨와 해바라기씨를 활용한 기름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홍삼 등 '웰빙상품'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쇠고기 선물세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기 선물 상품이 됐다.

와인 수요도 늘었다. 와인은 2000년부터 명절 카탈로그에 주요상품으로 등장했고 2005년부터는 양주와 전통주를 제치고 주류 부문에서 명절 상품 판매 1위에 올랐다.

대구백화점 마케팅총괄실 구승본 실장은 "물자가 풍부해져서 선물이 매우 흔해졌지만, 고마움에 대한 마음의 표시인 선물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며 "최근 명절선물로 차별화되면서 기억에 오래 남는 선물을 하려는 경향이 많다"고 말했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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